연차휴가를 쓰고 해외여행을 갈 때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서울 ㄱ대학교 총장에게 “직원들이 연차휴가로 해외여행을 가기 전에 허가를 받도록 한 절차를 폐지하라”고 11일 권고했다. 이 대학은 직원들이 연차휴가를 내 해외여행을 갈 때 출발하기 7일 전까지 여행지와 여행목적, 여행기간, 경비부담 주체 등을 포함한 신청서를 작성해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절차를 두고 있다. ㄱ 대학교의 행정직원인 ㄴ씨는 지난해 주말을 포함해 3박4일로 해외여행을 준비하다 사전 허가제가 인권침해라고 생각해 진정을 제기했다.
학교 쪽은 “해외여행 허가제는 원활한 대학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항변했다. 학교는 “허가제는 교직원의 최소한의 소재지 파악과 긴급연락처 확보를 통해 안전을 관리하고, 대학교 직원으로서의 품위유지 및 대학 이미지를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 제도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인권위는 권고문을 통해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는 국외에서의 체류지와 거주지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해외여행 및 해외이주의 자유까지를 포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외여행 승인 절차는 근로기준법 등 법적 근거가 없는데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연차 사용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 귀결된다”며 “여행 승인 절차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연차휴가 신청 및 신고절차를 통해서도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고 봤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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