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컴퍼니를 차려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삼양식품의 전인장 회장(54)과 김정수 사장(54) 부부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동수)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삼양식품에 포장박스와 식품재료 등을 납품하는 것처럼 위장해 5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전 회장과 김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전 회장과 김 사장은 2008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자신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가 삼양식품에 포장박스와 식품재료를 납품하는 것처럼 꾸며 납품대급을 지급받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로 삼양식품에 납품한 업체는 삼양식품 계열사인 ㄱ사(포장 박스 제조유통업체)와 ㄴ사(식품 원료 납품 업체)였다.
이들 부부는 김 사장을 페이퍼컴퍼니의 직원으로 등록해 급여 명목으로 받은 38억원과 개인주택 수리비 3억3000만원 등 총 5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부부가 빼돌린 돈을 신용카드 대금이나 개인 소유 차량의 리스 비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편 전 회장은 2014년 10월부터 2016년 7월까지 ㄱ사의 자회사인 외식업체 ㄷ사가 영업이 부진해 변제능력이 상실된 상태임에도 채권확보나 자금 지원에 대한 검토 없이 29억 5천만원을 빌리도록 해 ㄱ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로도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2월 서울 성북구 삼양식품 본사와 계열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거래내역이 기록된 하드디스크와 회계자료 등을 확보하고, 지난 3월에는 회장 부부를 차례로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달 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횡령한 돈을 전액 변제한 점을 볼 때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었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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