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아무개(인터넷 필명 ‘드루킹’)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에서 취재진과 관계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파주/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드루킹’ 김아무개(48)씨가 대표로 있었던 출판사 <느릅나무>는 그가 이끌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아지트이자, ‘댓글 추천수 조작’ 등을 위한 비밀 사무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선 당시 이 출판사 사무실이 불법 선거운동의 현장으로 지목됐단 사실도 16일 드러났다.
이날 <한겨레>가 경기도 파주에 있는 <느릅나무> 사무실 등에서 만난 경공모 회원 등에 말을 종합하면, 김씨는 매주 이 곳에서 카페 회원들을 상대로 유료 강의를 해왔다고 한다. 경공모 회원 ㄱ씨는 “여기에서 드루킹이 매주 토요일 2시간씩 정치와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강연을 했다”며 “1시간에 1만원씩 강연료를 받았고, 보통 한 강연에 50여명 정도 참석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간판만 출판사였을 뿐 실제로는 경공모 회원들의 ‘오프라인’ 모임 장소였다는 설명이다. 김씨가 경공모 회원들의 아이디를 이용해 추천수 조작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댓글 추천수 조작 등 범행도 이곳에서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ㄱ씨는 경공모 회원들이 김씨를 본명이 아닌 ‘드루킹’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ㄱ씨는 “일부 언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종교집단은 아니었다. 드루킹의 식견을 배우고 싶어 강연을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느릅나무>와 같은 건물에 입주한 입주자들은 김씨가 특별히 눈에 띄는 인물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건물에 입주한 한 출판사 관계자 ㄴ씨는 “주말에도 간혹 밤마다 불을 밝히고 일하는 것을 본 적은 있다”며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만드는 모습 같지는 않았다”고 했다.
<느릅나무>는 지난해 대선 때도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직전인 지난해 5월 초 김씨 등 경공모 회원 2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원을 받는 위장 선거사무실로 의심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 등이 더불어민주당 등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한 행위로 판단해 지난해 11월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관계자들의 계좌와 통신,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지만 민주당의 불법 선거사무소로 볼만한 단서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당시 수사 의뢰 내용엔 댓글 문제는 언급도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공모 소속 ㄱ씨도 댓글 조작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선플 운동’ 차원에서 댓글을 단 적이 있을 뿐 조직적으로 댓글 활동을 했다는 것은 처음 듣는다”며 “매크로 같은 것은 금시초문”이라고 주장했다.
<느릅나무>는 지난 2월 폐업신고를 하기 전까지 8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출판한 적 없는 ‘유령 출판사’였다. 경찰은 김씨가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는 <느릅나무> 사무실을 ‘산채(산적 소굴)’라고 부르며 댓글 조작 등을 했을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파주/임재우,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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