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이 지난 12일 낮 ‘학교는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약속을 이행하라’는 기자회견을 한 뒤 동국대 본관 앞 팔정도 주변을 삼보일배로 돌고 있다. 민주노총 제공
“학교가 직접고용 약속을 빨리 지켰으면 합니다. 이 좋은 봄날에 차가운 대리석 바닥만 지켜야 하는 게 속상해요.”
청소노동자 정순(65)씨는 80일째 동국대 본관에서 ‘먹고 자고’ 있다.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 1월 시작한 파업 농성이 벚꽃이 다 지는 4월까지 이어졌다. “3개월 동안 월급도 못 받고 있어 따로 사는 자식들한테 손을 벌리고 있어요. 100일이 되기 전에는 끝날 수 있을까요?” 한때 기대감을 품었던 탓이었을까. 정씨의 목소리는 길어지는 농성이 더 고통스러운 듯 낮고 무거웠다.
지난달 여당 의원들이 농성장에 방문하면서 해결되는 듯했던 ‘동국대 청소노동자 파업 농성’이 다시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오종익 서울일반노조 동국대시설관리분회장과 김형수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위원장은 지난 16일부터 “학교 본부는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약속을 조속히 이행하라”고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오종익 분회장은 “직접고용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학교는 여태 아무런 말이 없다”며 “학교가 하루빨리 약속을 지키게 할 방법을 찾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단식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1월 말부터 이어지던 ‘동국대 청소노동자 파업 농성’은 지난달 21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농성장을 방문하면서 한때 희망적인 분위기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농성장에서 청소노동자들과 만나 “동국대 이사장과 면담한 결과 (이사장이) 상반기 중에 직접고용을 긍정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말했다. 한태식 동국대 총장도 당시 “직접고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학교 쪽은 지난 9일 교무위원 명의의 대자보를 붙이며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학교는 “8월 말까지 결론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직접고용 관련 티에프를 구성해 검토에 들어갔으니, 청소노동자들은 농성을 풀고 업무에 복귀하라”고 대자보를 통해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행 시기를 늦춘 ‘대자보 복귀 요구’에 청소노동자들은 한없는 허탈감을 느껴야 했다. 이들은 “여당 의원들과 만났을 땐 해결해 줄 듯하더니, 다시 차일피일 미루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며 “직접고용을 확실히 약속받기 전까지 농성을 풀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동국대 관계자는 “이행을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현재 청소노동자와 협의할 안건을 만들고 있어서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닐 뿐”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청소노동자 파업 농성’은 학교가 지난해 말 정년 퇴임한 청소노동자 8명의 자리를 근로장학생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학교의 발표에 반대하는 청소노동자 47명은 지난 1월29일부터 지금껏 본관 한쪽을 차지하고 학교 쪽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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