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공군 비행장 소음 피해 배상’ 소송을 맡아 국가배상금 142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중견 변호사 최아무개씨에 대한 전방위 로비 의혹의 실체를 밝히지 못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11월부터 검사 10명을 투입한 특별수사팀을 꾸려 검사들이 최 변호사에게 수사기록을 유출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말단 평검사 2명만 불구속 기소하고 ‘윗선 개입’ 등으로 수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용두사미’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고검 특별수사팀은 18일 최아무개(46·춘천지검) 검사와 추아무개(36·부산지검 서부지청) 검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무상 기밀누설 및 공용서류 손상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최 검사는 2016년 8∼9월 서울남부지검에서 최 변호사가 연루된 의혹을 받는 코스닥 상장사 홈캐스트의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면서 사건 관련자인 주식 브로커 조아무개씨에게 금융거래정보 등 수사자료 파일 353개를 유출하고, 이후 조씨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온 진술조서 등 유출됐던 서류를 빼돌려 파쇄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추 검사는 2014년 9∼12월 서울서부지검 근무 때 직전 부장이었던 김아무개 지청장으로부터 “최 변호사의 말을 잘 들어주고 적극적으로 도와줘라”는 부탁을 받고 최 변호사에게 당시 그가 고소해 구속상태였던 조아무개(연예기획사 대표)씨의 구치소 접견 녹음 파일 147개 등 수사자료를 넘긴 혐의를 받는다. 하지만 이날 수사팀은 소문이 무성했던 최 변호사가 검찰 등 정관계에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의혹의 실체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말단 검사 두 명이 돈이나 인사 같은 별다른 이익도 없는 상황에서 수사자료 유출이라는 버젓이 불법을 자행했다는 석연치 않은 수사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심지어 추 검사에게 최 변호사를 잘 봐달라고 했다는 김 지청장에게는 행동은 부적절했으나 법적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최 변호사는 2015년까지 대구 공군비행장 소음피해 손해배상 사건을 맡아 보상금 지연이자 142억원을 가로채고 주가조작에 관여한 등의 혐의를 받았지만 불구속 상태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기소될 땐 함께 적용될 것으로 예상됐던 조세포탈 혐의도 적용되지 않았다. 수사 무마를 위한 불법 로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온 배경이다. 아울러 과거 측근들이 최 변호사가 검찰과 국세청, 정부 고위인사 등에 지속해서 로비했다고 한 목소리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서울고검 특별수사팀은 “최 변호사의 금품 로비 의혹 및 관련 법조비리는 사용된 96개의 차명계좌 및 관련 자금 약 85억원을 추적해 왔으나 그 자료가 방대해 서울고검에서 계속 진행하는 것이 적절치 않아 현재까지 수사결과와 함께 이를 대검찰청에 이관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결론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높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몇 달씩 요란을 떤 것에 비해 수사결과가 너무 초라하다. 대검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일부에서는 검찰 내부 ‘제 식구 감싸기’ 여론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올 2월 수사팀이 최 검사와 추 검사에 대한 긴급체포라는 강수를 두면서 수사를 몰아붙이자, “지나치다”는 등 검찰 내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했다. 또 서울고검 수사팀을 겨냥해 ‘시정잡배’, ‘인간 백정’ 등으로 비난하는 <돌쇠전>이라는 제목의 글이 에스앤에스 등을 통해 돌아 다니기도 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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