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 대표이사 간담회를 마친 뒤 차에 오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김 전 원장의 사퇴로 정치적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이미 수사에 착수한 검찰로서는 혐의 여부를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김 전 원장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종오)는 18일에도 이틀째 대외경제정책연구원(대외연·KIEP)과 우리은행, 한국거래소(KRX) 직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앞서 지난 13일 검찰은 김 전 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국외출장비를 댄 대외연과 우리은행 본사, 한국거래소 부산 본사 등 5~6곳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애초엔 4곳으로 알려졌으나, 몇 군데가 더 포함됐다고 한다. 또 관련 계좌에 대한 자금 추적도 병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 내용에 대해 결론을 내야 하기 때문에 수사해서 나오는 대로 밝히고 처리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6일 김 전 원장의 위법 여부와 관련해 밝힌 내용에 대해서는 “수사의 결론은 선관위의 판단과 다를 수 있다”고 했다.
김 전 원장에 대한 수사는 2014년 3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의원 신분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피감기관들인 대외연(3077만원), 우리은행(480만원), 한국거래소(457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국외출장을 다녀온 행위가 정치자금법이나 뇌물수수에 해당하는지가 핵심이다. 어느 쪽이든 공소시효는 남아 있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국외출장도 정치활동인 만큼 피감기관에서 여비를 받은 행위는 딱 떨어지는 정치자금법 위반이 된다”며 “직무 관련성이 명백하면 뇌물죄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또 김 전 원장이 의원 임기 말에 정치자금 5천만원을 ‘더좋은미래’를 통해 ‘셀프 후원’했다는 고발 내용도 검찰은 ‘지정 용도 외 지출’이어서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애초 김 전 원장의 집도 압수수색 대상으로 검토했으나 ‘별건 수사’로 비칠 것을 우려해 막판에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고발된 내용에 한정해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가 현 정부 아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재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살아 있는 권력과 관련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수사의 결론이 중요하다”며 “수사 착수를 서두르는 바람에 검찰 스스로 시험대에 오른 모양이 됐다”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