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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폭력 당한 줄도 모르고 말할 수도 없는 무용계”

등록 2018-04-19 18:58

인권위, 미투 운동 연속 토론회
“가스라이팅 강력한 무용계 특성 탓
피해자가 피해 사실 인지 못하고
뒤늦게 인지해도 문제제기 힘들어”
무용 칼럼니스트 윤단우 작가(맨 왼쪽)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YWCA회관 4층 대강당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의 미투 운동 연속 토론회 ‘문화예술계 성폭력, 원인은 무엇인가?’에서 발언하고 있다.
무용 칼럼니스트 윤단우 작가(맨 왼쪽)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YWCA회관 4층 대강당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의 미투 운동 연속 토론회 ‘문화예술계 성폭력, 원인은 무엇인가?’에서 발언하고 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성폭력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용계가 ‘미투 무풍지대’인 이유는 무엇일까? ‘내 몸의 주인은 내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데 익숙한 무용수들에게 ‘가스라이팅’(심리나 상황을 조작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이 강력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몸이 예술 활동의 가장 중요한 도구인 탓에 무용수들은 자신과 자신의 몸을 끊임없이 분리해서 생각하고, 이 때문에 성폭력을 당하고도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의미다.

성폭력과 성차별의 근본원인 진단과 정책대안 마련을 위해 ‘미투 운동 연속 토론회’를 진행 중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YWCA회관 4층 대강당에서 ‘문화예술계 성폭력,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세 번째 토론회를 열었다. 무용계·연극계·문단 성폭력의 원인과 실태를 진단한 이날 토론회에서 무용칼럼니스트 윤단우 작가는 “2년 전 ‘#OO계_내_성폭력’ 고발 운동 때도 최근의 미투 운동 국면에서도 무용계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며 “무용계의 침묵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작가가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한 내용을 종합하면, ’무용계 미투’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스라이팅이 강력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무용을 배우는 과정에서 몸을 만지는 일이 쉽게 일어나지만 무용수들은 ‘선생님의 지도방식일 뿐’이라며 넘기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윤 작가는 “무용수의 몸은 예술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이고, 좋은 무용수를 길러내 더 좋은 작품을 생산하고 그로 인해 무용 세계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가스라이팅의 주요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윤 작가는 “무용계 성폭력은 데이트 성폭력의 양상을 띠기도 한다”며 “함께 공연하는 선배 파트너와 친밀해지다 보면 연인 관계가 됐다고 착각해 피해 무용수가 성폭력을 당하고도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뒤늦게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문제제기를 하고 싶어도, 가해자들이 대개 피해 무용수의 입시나 콩쿠르 입상, 무용단 입단 등 진로 결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다. 주변인들도 ‘가해자와 가깝게 지내며 혜택을 입었으니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며 피해자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남성 스승이 남성 제자를 대상으로 저지르는 성폭력도 자주 일어나는데, 이 경우는 ‘아우팅’이라는 피해까지 감수해야 하므로 문제를 제기하기가 더욱 힘들다고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지현 전 세종문화회관 이사(춤비평가)는 “무용계 권력층인 성폭력 가해 당사자들은 미투 국면이 진정되기만을 바라며 눈치를 보고 있고, 풍문으로 존재하는 수많은 피해자들은 문제를 어떻게 사회화시킬 것인가 답을 찾지 못한 채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조형석 인권위 차별조사과장도 “문화예술계의 성폭력 사건을 받아 보면, 이미 시효가 지났거나 문화예술계를 떠난 사람들의 신고가 주로 접수된다”고 덧붙였다.

그밖에도 유지나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는 ‘영화계 젠더차별, 생산에서 소비까지’라는 주제로 젠더권력을 기반으로 한 영화 생산·제작 시스템과 여성이 성적 타자로서 소비되는 방식을 비판했고, ‘연극계, 권력문제로서의 젠더 폭력’이라는 발제를 한 이연주 작가는 연극계 성폭력의 원인을 성차별적인 연극 제작 과정에서 찾았다. 이성미 시인은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문학계의 권력 구조 속에서 여성들이 처한 조건을 짚었다.

글·사진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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