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케이스포츠재단 출입구에 재단 간판이 걸려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와 최순실씨의 주도로 설립된 케이(K)스포츠재단의 기업 출연금 288억원 가운데 31억여원이 비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무당국이 2016년 6월 롯데그룹이 냈다가 돌려받은 70억원에 증여세를 부과한 데 따른 것이다. ‘공익재단이 반환한 기부금’에 세금을 부과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20일 <한겨레> 취재 결과,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세무서는 케이스포츠재단에 가산금 9120만원을 포함해 31억3120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세무당국은 공익재단(케이스포츠재단)에 대한 기부에 별도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지만 기부금이 본래와 다른 용도로 사용되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한 법조항(상속세 및 증여세법 48조)에 주목했다. 경기도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을 목적으로 롯데가 냈던 70억원이 ‘반환’된 것이 ‘목적 외 사용’이라고 본 것이다.
이에 케이스포츠재단 쪽은 지난 1월 조세심판 청구를 했지만 이달 11일 조세심판원은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부득이한 사유로 공익재단이 기부금을 목적 외 사용할 경우 3년 이내에 이를 관할세무서장에게 보고해야 하는데, 그냥 반환한 것은 ‘목적 외 사용’에 해당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케이스포츠재단은 조만간 행정소송을 낼 예정이고, 법조계에선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스포츠재단 쪽은 ‘반환’을 ‘사용’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체육시설 건립’이라는 기부 목적이 사라져 기부금을 반환한 것은 ‘목적 외 사용’이 아닌 ‘증여의 취소’로 보는 것이 합당하는 것이다. 검찰이 288억원 출연금의 성격에 대해 뇌물이나 강요로 가로챈 돈으로 보고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법원도 판결에서 강요라고 인정한 점도 향후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 강요가 확정되면 ‘피해’ 대기업들에 돈을 돌려줘야 하고 뇌물이라면 국가가 몰수해야 하는데, 이번 과세로 잔고 중 뭉텅이 돈이 비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이번 과세가 정당하다고 인정되면 향후 출연 기업이나 국가가 부족한 돈에 대해 케이스포츠재단 실소유주인 최씨나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법조계 의견은 엇갈린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례적이긴 하지만 받은 뇌물을 돌려줬더라도 몰수·추징 대상이 될 수 있듯이, 세무당국 판단에 일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지역 한 변호사는 “논란이 된 케이스포츠재단이 아니라 장학재단이었다면 이렇게 과세를 했겠느냐”며 “기부받은 돈을 돌려줬다는 이유로 과세한다면 일반적인 재단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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