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마약사범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해온 ‘영장 없는 압수수색과 소변검사’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인권위는 마약 복용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ㄱ씨가 제기한 진정을 받아들이면서, ㄱ씨가 압수수색 영장 없이 주거지 수색과 소변검사를 받은 것을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이어 경찰청장에게 “적법하게 마약사범 검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당 진정 사건을 일선 경찰관들에게 전파하라”고 권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진정인 ㄱ씨는 지난해 8월25일 위법한 경찰 수사를 받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ㄱ씨의 주장을 종합하면, 당시 경찰은 영장 없이 ㄱ씨의 집에 들어와 방·냉장고·옥상 등을 뒤지며 ㄱ씨가 피웠을 것으로 의심되는 대마를 찾았고, ㄱ씨를 상대로 마약 소변 간이시약 검사를 2차례 실시했다. 수사 결과, ㄱ씨의 집에서 대마는 발견되지 않았고 소변검사 결과도 음성으로 나왔다. 이같은 ㄱ씨의 주장은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경찰 쪽은 “ㄱ씨의 집 대문이 열려 있었고, ㄱ씨가 집 안을 수색하고 소변검사를 해도 된다고 동의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문이 열려 있었다고 하더라도 압수수색 영장이 없는 상태에서 집 전체를 수색한 것은 사생활과 주거의 평온을 최대한 보장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소변검사에 대해서도 “수사 서류에 임의제출 동의 또는 소변 모발 채취 동의서가 작성되어 있지 않아 임의로 제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체의 자유 침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인권위는 경찰의 불법적인 마약수사가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점도 지적했다. 인권위는 “영장 없이 현장에 출동해 소변검사를 실시하고 양성일 경우 긴급체포하고 음성이면 철수하는 식의 불법적인 마약수사가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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