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대 근무’ 해병대 첫 현역 부녀 이명기 원사·이미희 대위

“아버지가 직접 계급장 달아주셨어요”

“딸과 함께 할 수 있는 출근길이 참 행복합니다.”

해병대에서는 처음으로 현역 부사관인 아버지와 장교인 딸이 한 부대에 근무하게 됐다.

주인공은 해병대 교육훈련단 이명기 원사(51·해병부사관후보생 113기·사진 왼쪽)와 이미희 대위(26·사관후보생 97기·사진 오른쪽). 이 대위는 2002년 임관이후 2003년부터 교육훈련단에서 사관후보생들의 초임 장교 임관을 위한 훈련 교관 임무를 맡고 있다. 이 대위의 아버지인 이 원사는 해병대에서의 군 생활이 30여년째인 베테랑 해병이다. 연평도에서 근무하다 지난달 이 부대로 전입되면서 부녀의 한울타리 생활이 시작됐다. 같은 부대 근무가 결정되면서 고민도 따랐다. 아버지는 딸이 혹시 부담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섰고, 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대위의 경우 군에 입대한 이후 해병대 최초 여 훈련교관 직책을 수행하는 등 안팎으로 많은 관심을 받아왔던 터라 더욱 그러했다.

이 대위는 “처음에는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해병대에 입대하게 된 동기가 된 아버지께서 군생활을 하시는 동안 한 부대에서 근무하는 게 뜻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고 마음 든든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이 대위는 아버지라는 창을 통해 해병대의 매력을 느꼈고 해병이 된 자신을 그려왔다는 것이다.

한 부대에서 근무한 지 한달여, 부대에서 이들 부녀가 마주치는 경우도 있지만 아버지인 이 원사는 상관인 딸에게 평소처럼 경례를 한다. 이 원사는 “딸이 더 멋진 해병이 되기를 바란다”며 “내 경험이 딸의 군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 부대에서 근무하며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 원사의 군생활은 올해로 31년 째, 부사관과 장교라는 계급의 구분은 있지만 이 대위의 3년여 군경력과 비교해 열배나 오래 군문에 몸담은 셈이다.

이 대위는 1일자로 해병 대위로 진급했다. 이날 진급신고 때는 부대의 배려로 아버지 이 원사가 딸의 계급장을 직접 어깨에 달아주기도 했다.

포항/박영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