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남북정상회담이열린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화동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판문점에서 남북의 두 정상이 두 손을 붙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을 때, 앞선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억이 없는 학생들은 ‘한번도 본 적 없는’ 광경에 놀라워했다. 판문점과 가까운 경기도 파주의 학생들은 남북 정상 간 만남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울컥’했고, 광주시에서는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모아 나름대로 ‘판문점 선언’을 만들며 ‘평화’를 기원했다.
판문점이 있는 경기도 파주의 학생들은 감회가 남달랐다. 판문점에서 불과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파주시 문산읍의 선유중학교 학생들은 ‘처음 보는’ 남북 정상 간의 만남에 마음이 들떠 있었다. 육군 소령인 아버지를 따라 작년에 파주로 이사를 왔다는 이주희(15)양은 “이전 정상회담에 대한 기억이 없어 두 나라의 지도자가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악수를 하는 게 신기했다”며 “아버지가 군인이다 보니 전쟁이 날까봐 두려움이 많았다. 오늘 정상회담으로 전쟁없는 세상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채령(15)양도 “내가 태어날 무렵부터 남북관계가 안좋아서 이런 분위기를 경험하는 것은 처음이다”라며 “이런 역사적인 일들이 학교 주변에서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유중학교의 국어교사 박회경씨는 “선생님들이 출근길에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을 향할 때 이용할 자유로를 먼저 밟는다고 벅찬 마음으로 농담을 했다”며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새삼 이렇게 중요한 위치에서 일하고 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파주시 동패동의 교하고등학교 전교생 1000여명은 수업을 잠시 멈춘 채 남북 정상 간 만남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교하고등학교의 학생 김정훈(18)군은 “처음에는 반 친구들이 시큰둥했다. 그런데 화면에 김정은 위원장이 막상 등장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위원장과 손을 맞잡자 아이들이 환호를 지르면서 좋아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군은 “판문점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악수하는 것을 보며 울컥했다는 아이들이 많았다. 저도 울컥했다”며 “이제 군대 안 가도 되는 것 아니냐며 농담하는 친구들도 있었다”고 말하고 웃었다.
광주시 북구에 위치한 문흥초등학교의 학생들은 ‘정전협정’을 통해 ‘판문점 회담’의 의미를 돌아보는 수업을 가졌다. 문흥초등학교의 교사 조재호(48)씨는 “오늘 학생들과 남북 정상 간 만남을 생중계로 지켜보고 ‘판문점 선언’의 빈칸을 비워둔 <한겨레>의 1면을 보여 그 안에 내용을 채우는 수업을 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27일자 1면에 1953년 7월에 맺어진 정전협정과 27일 있을지 모르는 ‘판문점 선언’을 나란히 배치했다. ‘판문점 선언’의 내용은 공백으로 비워놨다. 조씨는 “학생들이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정작 왜 판문점에서 하는지 그 의미는 잘 모르고 있었다. 학생들과 함께 한겨레 1면을 읽으며 정전협정의 의미를 돌아보고 평화협정으로 가는 길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아이들은 핵무기가 없고, 전쟁이 없는 평화가 찾아와 광주에서 기차를 타고 유럽으로 가는 세상을 판문점 선언에 담고자 했다. 오늘 아이들과 만든 ‘판문점 선언’처럼 그런 세상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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