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23일 첫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4·13총선을 앞두고 정부 정책 여론조사에 ‘친박 감정용' 여론조사를 ‘끼워넣기'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의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 재판에 원아무개(36) 전 청와대 행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원 전 행정관은 박근혜 정부 당시 정무수석 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국정 관련 여론조사를 보고·분석하는 일을 맡았다.
증인석에 앉은 원 전 행정관은 “정부 정책 현안에 대해서 여론 조사하는 것처럼 문항을 정해 놓고 실제로는 선거 관련 여론을 조사하는 ‘끼워넣기'를 했다”고 밝혔다. 원 전 행정관은 실제 2015년 11월 ‘저출산 고령화 사회 정책에 관한 수요조사’ 등 정책 현안에 관한 여론조사에 ‘끼워넣기'가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원 전 행정관은 여론조사 비용이 부족하자 국정원 돈을 끌어다썼다고 증언했다. 원 전 행정관의 증언에 따르면, 2016년 4·13총선과 관련된 여론 조사가 100차례 이상 실시되는 등 예상보다 많은 횟수의 여론조사가 이뤄지자 청와대 정무수석실 예산으로는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이에 원 전 행정관이 여론조사 비용을 걱정하자 신동철 전 정무수석실 비서관은 “내곡동(국정원) 돈으로 해결하기로 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내곡동이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신 전 비서관은 “국정원 말이야, 국정원”이라고 답했다. 신 전 비서관은 지난 19일 ‘새누리당 공천개입’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대 총선 여론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국정원으로부터 5억원을 받아 사용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신동철 전 청와대 비서관은 총선 관련 조사가 불법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ㅇ여론조사업체 한곳에 관련 일감을 맡겼다. ㅇ업체는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여론조사를 담당한 이아무개 행정관이 설립한 곳이다. 통상 정기적인 조사는 규모가 큰 업체에 맡겼고, 부정기적인 여론조사는 그보다 작은 5~6개 업체에 돌아가며 맡겼는데 유독 총선 관련 조사만 이씨가 운영하는 곳에 맡겼다는 설명이다. 원 전 행정관은 “신동철 전 비서관이 이런 조사를 청와대가 한다고 알려지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고, ㅇ업체 통해 다른 곳이 (여론조사를) 수행하든 어떻든 한 곳을 통해서 하는 게 안전하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