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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정은 조롱·반북 선전물 사라진 까닭은…

등록 2018-04-29 11:56수정 2018-04-29 19:32

김정은 위원장 ‘성도착증’ 묘사 만화 등
50여개 네트워크서 영·중·러 번역돼 공유
운영자 아이디 ‘enara’ 등 한국개입 정황
남북정상회담 앞둔 4월초께 일괄 삭제돼
“선전물 양과 질, 상당한 재원 투자 추정
정상회담 앞두고 갑자기 폐쇄돼 공교로워”
국정원 ‘온라인 심리전’ 펴다 삭제 의심
현재는 삭제된 ‘북한의 자유와 인권(FHRNK)’ 누리집(http://fhrnk.blogspot.com) 캡쳐
현재는 삭제된 ‘북한의 자유와 인권(FHRNK)’ 누리집(http://fhrnk.blogspot.com) 캡쳐
미국의 한 북한 전문매체가 지난 3월 국가정보원 등 한국의 정보기관이 ‘반북 온라인 여론전’을 위해 운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50여개의 영어·러시아어·중국어 누리집과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등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 ‘수상한 네트워크’는 남·북·미 간 해빙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인 올 4월 초부터 갑자기 사라지기 시작했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2주가량 앞둔 시점이었다. 일각에서는 국정원 등 정보기관이 ‘반북 온라인 심리전’을 펼치다 정상회담 등으로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자 삭제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인 <엔케이(NK)뉴스>는 지난 3월6일 북한 체제를 비판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희화화하는 내용의 만화와 동영상들로 채워진 ‘수상한 네트워크’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최소 55개에 이르는 누리집과 블로그, SNS계정들로 구성된 이 의문의 ‘네트워크’는 동일한 내용의 캐리커쳐나 동영상 등을 영어·러시아어·중국어·한국어 등 각국의 언어로 공유하며 ‘반북 프로파간다’를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

해당 기사를 쓴 NK뉴스의 채드 오캐럴 대표는 이 ‘네트워크’에서 공유된 만화와 동영상들이 “상스럽고 기괴하지만 기술적으로는 전문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가 확보한 해당 네트워크에 게재됐던 만화와 동영상들을 보면, 주로 북한의 열악한 인권사정과 핵개발, 해킹 능력들을 비꼬는 내용의 악의적 ‘캐리커쳐’가 주종을 이뤘다.

만화와 영상 중에는 북한 인권상황과 핵무기 개발에 대한 풍자적인 묘사와 함께 김정은 위원장을 여성 속옷을 뒤집어 쓴 성도착증 환자로 묘사한 캐리커처 등 선정적인 이미지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현재 해당 내용들을 공유하던 누리집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대다수는 삭제된 상태다. 다만 이들 ‘네트워크’의 외국어 번역 수준은 조악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오캐럴 대표는 “만화나 그래픽들은 영어로 되어있기는 했지만, 영어권 화자가 보기에는 대단히 어색한 표현들이었다”며 “러시아권, 중국어권 화자들에게 확인해본 결과 러시아어, 중국어 선전물들도 번역이 우스꽝스러운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비전문가 번역가들이 대외 선전물로 제작했을 추정을 뒷받침하는 설명이다. 실제 해당 네트워크의 운영에 국정원이 관여한 듯한 정황도 제기됐다. 지금은 삭제돼 찾아보기 어려운 ‘북한의 자유와 인권’ 블로그(Freedom and Human Rights in North Korea, FHRNK)는 해당 네트위크 가운데 가장 활발히 ‘온라인 심리전’에 나선 허브 구실을 했던 누리집인데, 이곳의 운영과 관련한 국정원의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엔케이뉴스>는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국정원 직원이 ‘북한의 자유와 인권’에 올라온 것과 동일한 이미지 3개를 미국과 캐나다의 북한 인권 관련 활동가들에게 전파해줄 수는 없는지 물었다”고 전했다. ‘북한의 자유와 인권’은 스스로를 미국 로스앤젤리스(LA)에 있는 비영리 기구라고 소개했지만, <엔케이뉴스>는 “동영상의 영어 성우가 서울의 한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또 ‘북한의 자유와 인권’ 블로그의 운영자로 명시된 ‘데이비드 존’의 메일 주소는 ‘enara13579@gmail.com’이었다. 한글 ‘이나라’의 음을 딴 것으로 추정되는 메일 주소다.

국정원은 해당 네트워크과의 관계를 묻는 <한겨레>와 <엔케이뉴스>의 질문에 연관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 ‘반북 선전’ 누리집들을 국정원 등 정보기관이 운영하다 정상회담 등으로 남북간 해빙 분위기가 무르익자 일괄 삭제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니얼 핑스턴 미국 트로이 대학 한국 캠퍼스 교수(국제관계학)는 “선전물의 질로 봤을 때 적지않은 돈이 지원돼 조직적으로 운영된 정황이 보인다”며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폐쇄된 시점도 공교롭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엔케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갑작스러운 삭제로 보아) 실제로 국정원이 했을 가능성이 있다. 진짜 북한 인권 활동가였다면 다르게 행동했을 것”이라며 “급작스럽게 삭제한 것은 국정원이 이런 종류의 심리전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일 수도 있는데, 만약 그렇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심리전은 시간과 돈 낭비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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