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을 청구한 제주 4·3 수형인들의 변호인이 국가기록원에서 제출받은 오영종씨의 ‘군집행지휘서’.
제주 4·3 당시 불법감금과 고문을 당한 제주도민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던 군사재판(고등군법회의)이 존재했다는 점을 입증할 추가 문서가 30일 공개됐다. 당시 판결문과 재판기록의 부재는 4·3 수형인 18명의 재심 청구 사건에서 최대 난관으로 꼽히고 있어, 이날 공개된 문서가 재심 개시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제갈창)가 이날 연 재심 청구 세 번째 심문기일에서 청구인 쪽 변호인은 국가기록원에서 제출받은 수형인 2명의 ‘군집행지휘서’를 공개했다. 앞서 변호인 쪽이 국가기록원에 재심 청구인 18명과 관련된 자료를 요청했는데, 1949년 7월 군사재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대구형무소에 수감됐던 오영종(88)·현우룡(93)씨의 군집행지휘서가 확인된 것이다. 지휘서는 4·3 당시 제주군 책임자로 강경 진압 작전을 주도한 함병선 수도경비사령부 보병 제2연대장(육군대령)이 대구형무소장에게 형 집행을 요청한 공문서로, 이런 문서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4·3 수형인들은 1948년 12월과 1949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제주도에 설치된 고등군법회의(군사재판)에서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은 재판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전국 형무소에 수감된 사람들이다.
지휘서에는 문서 맨 오른쪽에 수형자 이름을 적고, ‘오른쪽 사람은 별지 군법회의와 같이 판결 확정 되었사오니 즉시 집행함을 요함’이라고 적혀 있다. ‘단기 4282년(1949년) 7월18일’이란 날짜와 함께 함병선 제2연대장의 직함도 찍혀 있다. 오씨와 현씨의 지휘서에는 ‘피고인 성명과 판결언도일, 죄명, 집행명령일, 판결 결과’ 등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이날 공개된 지휘서는 1999년 공개돼 지금까지 유일한 기록으로 알려진 제주 4·3 ‘수형인 명부’와도 연결돼 있다. 수형인 명부는 1948년 12월과 1949년 7월 군사재판을 받은 2530명의 이름, 형량, 형무소 등이 적힌 명단으로 당시 군사재판의 설치, 죄목, 재판 내용 등이 적힌 ‘군법회의 명령’의 별지로 첨부돼 있었다. 이 군법회의 명령에도 군집행지휘서와 마찬가지로 제주도 계엄지구 사령부 사령관·수도경비 사령부 보병 제2연대장 함병선의 직인이 찍혀 있다.
청구인들을 대리하는 임재성 변호사는 “오씨와 현씨 두 사람의 군집행지휘서는 수형인 명부 외에도 다른 공문서를 통해 1949년 군법회의를 입증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증거”라며 “군집행지휘서로 수형인 명부 기재 내용과 군사재판의 존재 사실이 보다 분명하게 입증된다”고 주장했다. 제주/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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