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방송사의 메인 뉴스 엥커들. 왼쪽부터 한국방송(KBS) 김철민, 문화방송(MBC) 박성호, 에스비에스 김현우, 제이티비시 손석희. 각사 누리집 갈무리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은 아직도 ‘주도적 남성과 보조적 여성’이라는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현실을 반영하는 뉴스,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가상의 현실을 그리는 드라마 등 모든 장르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고 있었다.
한국방송학회에 지난해 방송된 프로그램의 성차별 실태 모니터링을 의뢰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그 결과를 담은 ‘미디어에 의한 성차별 모니터링’ 보고서를 1일 발표했다. 연구를 총괄한 심미선 순천향대 교수(신문방송학)팀이 지난 2015년에 이어 같은 방식으로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총 8개를 조사한 결과, 드라마·연예버라이어티·뉴스·교양·시사토크 프로그램 등 모든 분야에서 ‘텔레비전 속 성차별’은 거의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해 6월 한달간 방송된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MBC, SBS, jTBC, MBN, 채널A, TV조선)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은 진행자와 출연진 모두 10명 중 9명이 남성이었다. 시사토크 프로그램 진행자의 성별은 2015년 남성 64%(80명), 여성 36%(45명)에서 지난해 남성 90%(36명), 여성 10%(4명)로 나타나 ‘남성 중심’ 제작 경향이 오히려 강화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출연진 비율도 2015년 남성 86.8%(276명), 여성 13.2%(42명)에서 지난해 남성 89.4%(198명), 여성 10.6%(21명)을 기록했다.
시사토크 프로그램의 경우, 토론 과정에서 ‘성 역할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거나 강화하는 발언이 계속되는 점도 지적됐다. “린다김과 최순실은 안 친했을 것 같다, 여자의 적은 여자니까”(TV조선 강적들, 2017년 6월7일), “여자들은 남편을 위해서는 죽지 못해도 자식을 위해서는 죽어요”(채널A 외부자들, 2017년 6월6일)라는 발언이 그 예다.
이들 방송의 저녁 종합뉴스도 앵커·취재기자·인터뷰 대상자 모두 남성 중심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앵커의 경우 오프닝 멘트와 그 날 가장 중요한 기사인 첫 다섯 꼭지를 남성 앵커가 소화하는 비율은 2015년과 2017년 모두 60%를 넘었다. 앵커가 소개하는 기사의 내용도 성별에 따라 달랐다. 사회적인 위기를 다루는 국방, 정치뉴스의 경우는 남성 앵커가 소개하는 비율이 55%였고, 생활·문화·환경 등 가벼운 주제들의 73%는 여성 앵커가 소개했다. 7개 채널에 등장한 인터뷰 대상자도 마찬가지였다. 분석 기간 동안 뉴스에 출연한 인터뷰 대상자 5453명 중 남성은 72.8%(3969명), 여성은 27.2%(1484명)이었는데, 이들이 답변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남성은 주로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반면 여성은 일반 시민으로서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교적 허구의 내용을 그리는 프로그램에서도 ‘남성은 전문적이고 여성은 보조적’이라는 고정관념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었다. 드라마는 남성 등장인물은 사회 내에서 의사결정 위치에 있는 인물이 많았지만 여성은 남성의 지시를 따르는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고, 오락프로그램도 대체로 주진행자는 남성이고 보조진행자는 여성이었다. 지난해 생활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한 의사·변호사·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도 남성은 114명이었으나 여성은 48명으로 남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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