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건물.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달러 환전 수수료로 고수익을 볼 수 있다고 속여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460억원을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보험설계사를 투자 모집책으로 두고 고객 900여명의 투자금을 가로챈 이아무개(44), 양아무개(40)씨를 구속하고, 정아무개(44)씨 등 투자 모집책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이씨와 양씨는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2년여 동안 서울 강남구에 사무실을 내고 영국의 온라인은행 ‘넷텔러’ 한국지사를 사칭해 투자를 받은 뒤 투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넷텔러로부터 달러를 매입해 환전 수수료 수입으로 원금 보장은 물론 월 5%, 연 60% 수익을 지급하겠다”고 속여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이들이 고객의 재무상태를 잘 알고 있는 보험대리점 운영자와 보험설계사를 모집책으로 두고 투자자를 모으는 수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모집책들은 자신의 고객들에게 “안전하고 고수익이 보장되는 투자”라며 투자금을 유치하고, 유치 실적에 따라 많게는 수억원까지 수당을 챙겼다고 한다. 이들에게 속은 피해자 900여명은 회사원, 가정주부 등 대부분 평범한 서민·중산층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피해금액은 적게는 1000만원부터 많게는 수억원에 달한다. 경찰은 “모집책들은 대부분 사기 행각인 줄 모르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최근 재무설계사, 보험설계사들이 투자 빙자 사기 사건에서 투자자 모집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사례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며 “금융기관 상품이 아닌 투자처 소개와 고수익을 보장하며 투자를 권유하는 경우는 모두 불법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하므로 금감원과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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