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아무개씨의 변호를 맡은 오정국 변호사가 2일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민경 기자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댓글의 공감 수를 조작해 재판에 넘겨진 ‘드루킹’ 김아무개(48)씨가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수의를 입고 법정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김씨는 특별한 말 없이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거나 다른 곳을 쳐다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는 2일 네이버 기사 댓글 공감 수를 조작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로 기소된 김씨 등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운영자와 회원 3명의 첫 재판을 열었다. 김씨 등은 지난 1월17일 경공모 회원 아이디 614개와 매크로 프로그램(한 번에 기사의 여러 댓글에 공감 추천 등을 자동으로 올리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기사에 달린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국민들 뿔났다!!’, ‘땀흘린 선수들이 무슨죄냐?’라는 댓글의 공감 수를 각각 606번, 609번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며 “공소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재판을 신속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김 판사는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 쪽에 물어봤다. 김 판사가 “한 번 누른 댓글에 중복해서 추천 수를 누를 수 없을 것 같은데,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특정 아이디로 같은 댓글에 여러 번 클릭한다는 건가”라고 묻자 변호인은 “로그인은 일일이 해야하고 아이디 하나당 매크로를 한 번 이용해 한 번만 공감할 수 있는 거로 안다”고 답했다. 회원 아이디 614개를 하나하나 로그인 시킨 뒤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댓글 1개 당 1번만 ‘공감’ 클릭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김 판사는 “왜 매크로 프로그램을 쓰느냐”고 되물었고, 변호인은 “공감 댓글을 클릭하는 게 귀찮아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썼다. 손으로 클릭하는 것과 차이가 없어 실제로 네이버 업무에 영향을 크게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매크로 프로그램 작동에 대해 “수사 중이라 다음에 말하겠다. 상세히 설명하기 위해 공소장을 추가로 변경하겠다”고만 밝혔다.
김씨의 변호인과 검찰은 재판 진행을 두고 대립했다. 검찰은 “공범에 대해 수사 중이고, 압수물 분석도 한 달 정도 뒤에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재판 속도를 늦춰달라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은 “검찰이 기소한 뒤 2주가 넘었는데 증거목록을 제출하지 않은 건 재판 지연이다. 이미 조사는 다 됐고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있어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김 판사는 “검찰이 신속히 준비해 달라”며 “이 사건에 정치적 관심이 많지만 피고인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있다. 자백한 사건에서 증거 목록 제출이 늦어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하며 오는 16일 두 번째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약 20분 동안 진행된 재판에서 김씨는 판사나 검사, 변호인을 보지 않고 고개를 숙이거나 벽을 쳐다봤다. 김씨는 이름, 주소, 생년월일 등을 묻는 김 판사의 인정신문(본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에 답한 뒤 “공소사실을 인정합니다”라고 말을 제외하고는 아무 말 없이 구치소로 돌아갔다. 서울중앙지법 소법정에서 진행된 김씨의 첫 재판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법원을 찾았으나 김 판사는 방청석 외에 30명의 입석만 허락했다. 법정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양심선언 해라”라며 밖에서 소리를 질렀다.
김민경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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