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미등록 이주아동이 과태료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국을 금지하는 관행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과태료 미납을 이유로 미등록 이주아동의 출국을 막는 것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국제인권협약과 국제관습법이 보장하는 출국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봤다. 이에 법무부 장관에게 법적 근거 없이 과태료 미납을 이유로 미등록 이주아동 등 외국인의 출국을 막는 관행을 즉시 중단하고, 출입국항에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서면통지 등 절차를 준수하되 불가피한 경우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근거 규정과 제도를 마련하다고 권고했다고 3일 밝혔다.
출입국 기록상 국내에 머무르는 만 18살 미만 미등록 이주아동은 2895명(2월 기준)이다. 단속과 강제퇴거에 대한 우려 때문에 출생신고와 외국인등록 등을 하지 못한 국내 출생은 2만명으로 추정된다.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이 90일 이상 국내에 머무르려면 허가 등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17살 미만 외국인이 이를 위반하면 부모나 사실상의 부양자 등에게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지난해 12월 김해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한 직원은 외할머니와 함께 자진출국을 하고자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은 7살, 3살, 1살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해 “총 220만원의 과태료를 내지 않으면 출국할 수 없다”고 한 사실이 실제로 확인됐다. 같은 달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한 직원도 난민 인정을 못 받고 체류하다 자진출국을 위해 7살, 3살, 1살 자매를 데리고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은 어머니에게 “과태료 85만원을 안내면 비행기를 탈 수 없다”는 메모를 건넸다.
인권위는 “과태료 미납을 이유로 한 출국금지는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출입국관리법과 그 시행규칙은 대한민국의 이익과 공공의 안전 또는 경제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거나 출국시 국가안보와 외교관계를 현저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출국금지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과태료 미납자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부모가 과태료를 안냈다는 이유로 아동까지 출국금지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 사례처럼 과태료 부과 사실을 메모지에 적어서 알리는 것에 대해서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서 정한 것처럼 과태료 부과의 원인이 되는 사실과 과태료 금액, 적용법령, 의견제출 기한 등을 서면으로 알리는 등 원칙적인 절차를 지켜야 한다”며 “출입국항 현장에서 과태료를 부과하고 납부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근거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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