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대학교 축제에서 학생들이 잔디밭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5월 대학가 축제를 앞두고 ‘교내 주점 금지령’이 내려지자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주류 판매 면허 없이 교내에서 주점을 여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미처 알지 못했던 학생들이 당황해하는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대학가 주점이야말로 축제의 가장 큰 재미인데 아쉽다”는 반응과 “교내 고성방가가 사라지겠다”며 반기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교육부는 1일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내 “주류 판매 관련 법령을 준수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육부는 공문에서 “대학생들이 학교 축제 기간 주류판매업 면허 없이 주점을 운영하는 등 주세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며 “각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주세법을 위반해 벌금 처분을 받는 것을 예방하고, 건전한 대학 축제 문화가 형상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했다. 주세법에 따르면, 주류판매업 면허를 받지 않고 주류를 판매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실제로 한 사립대의 단과대 학생회는 지난해 5월 면허 없이 학생들을 상대로 술을 팔았다가 국세청 조사를 받고 벌금을 내기도 했다.
학생들은 축제 주점 금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총학생회 페이스북 등에서는 댓글로 ‘주점 금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 한 대학에 재학 중인 ㄱ(21)씨는 “축제 때 주점에서 술을 파는 건 영리 목적이라기보단 축제를 즐겁게 만들기 위해서 하는 건데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대학 시절에만 해볼 수 있는 추억인데 아쉽다”고 했다. 반면 서울의 한 대학교 기숙사에 살고 있다는 ㄴ(24)씨는 “5월 축제 시즌이면 학생들이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밤늦게까지 시끄럽게 떠들어서 잠을 설쳐야 했다”며 “학교 안에서 나뒹구는 술병과 토사물을 보지 않아도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축제를 앞두고 날아온 교육부 공문에 각 대학 학생회도 비상에 걸렸다. 건국대학교 총학생회는 3일 사전에 주점 부스를 신청한 이들을 포함해 등록되지 않은 사업자의 상행위는 일체 금지된다는 공지를 냈다. 유니스트(UNIST)총학생회는 1일 중앙운영위원회를 열고 축제 기간 교내 주류판매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외부 매장에서 술을 구매해 소비하는 건 괜찮다”는 절충안을 냈다.
이런 논란에 대해 공문을 낸 교육부와 국세청은 “법을 잘 지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요즘 대학생들의 건전한 문화에 관심이 높아졌다. 축제 기간을 앞두고 무리한 음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국세청의 협조요청을 받아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이 개정됐지만 홍보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 이를 알리고자 했다”며 “식품위생 요건을 갖춘 학생회관 등에서 지자체에 임시영업허가를 받으면 안전한 환경에서 영업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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