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검찰 고위간부가 ‘백원우 모친상’ 찾은 까닭은

등록 2018-05-07 13:38수정 2018-05-07 13:42

강희철의 법조외전(22) 문상(問喪)의 정치학
지난 4월2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공안부장검사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문무일 검찰총장과 봉욱 대검 차장(문 총장 오른쪽 옆 하늘색 넥타이 맨 이). 연합뉴스
지난 4월2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공안부장검사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문무일 검찰총장과 봉욱 대검 차장(문 총장 오른쪽 옆 하늘색 넥타이 맨 이). 연합뉴스

검찰 고위간부의 문상이 검찰 안팎에서 조용히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봉욱(53·사법연수원 19기) 대검찰청 차장 검사. 검찰 ‘넘버 2’인 봉 차장은 휴일이던 지난달 22일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모친상 조문을 갔다고 한다. 백 비서관의 모친 빈소는 그가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경기도 시흥의 한 병원에 차려져 있었다. 봉 차장은 그날 오전 11시께 부인과 함께 빈소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가 무척 좁아 쉽게 눈에 띄었다고 한다.

얼핏 보면 봉 차장의 문상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백 비서관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바로 아래 민정비서관이고, 민정수석실이 검찰 관련 업무를 보는 곳이니 ‘유관기관’ 인사의 애사에 예를 갖추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조금 자세히, ‘손석희식 어법’으로 “한 발 더 들어가” 보면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봉 차장이 부인과 함께 조문을 한 22일 오후에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문상이 예정돼 있었다. 문 총장은 백 비서관과 대학 때부터 개인적인 연이 있고, 현재도 업무상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로 그날 오후 문 총장은 대검 참모들인 차경환 기획조정부장, 김우현 반부패부장을 대동하고 상가를 찾았다. 보통 검찰 지휘부에선 선·후배 검사나 법조계 또는 유관기관 인사의 상이 나면 회람을 돌리고 누가 누구와 함께 언제 문상을 갈 것인지 등을 정한다. 검찰 2인자인 대검 차장은 당연히 총장의 ‘일정’을 알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총장이 누구 상가에 문상을 가기로 하면 차장은 따라간다. 안 가기로 했다면 모를까 가기로 한 거면 통상 그렇게 해왔다. 전에 변창훈 검사 빈소에도 (총장과 차장) 두 분이 같이 가지 않았나. 그런데 이번에는 차장이 부인과 함께 따로 다녀왔다고 들었다.”(검찰 관계자)

봉 차장은 백 비서관과 원래 아는 사이가 아니라고 알려져 있다. 출신 지역과 대학, 삶의 궤적에 겹치는 대목이 없어, 얼굴을 마주한 것도 이날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날 상가에서 문상 온 봉 차장을 봤다는 한 인사는 “부부가 같이 왔길래 백 비서관 부부와 평소 잘 알고, 집안끼리 교류가 있는 사이인가 보다 생각했다. 평소 아주 절친한 관계가 아니면 상가에 부부동반으로 문상을 가는 예는 잘 없지 않으냐”고 했다.

봉 차장의 조문이 검찰 안팎에서 뒤늦게 화제가 된 까닭은, 그가 ‘차기 총장 후보군’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검차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직행’한 사례가 종종 있었던 만큼 봉 차장은 검찰 안팎에서 많은 시선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7월25일 취임한 문무일 검찰총장의 임기(2년)는 2019년 7월24일까지다. 아직 임기의 절반이 넘지 않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여러 사람이 차기 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곤 한다. 봉 차장과 함께 그 ‘후보군’에 속해 있다는 이금로(54·사법연수원 20기) 법무부 차관도 같은 날 오후에 백 비서관 상가를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두 사람과 백 비서관의 업무상 관계를 따지자면 ‘정무직’인 이 차관이 훨씬 가깝고 자연스럽다. 봉 차장과 백 비서관은 평소 업무 때문에 직접 접촉할 일이 없다.

백 비서관 상가는 검사들만 찾은 것이 아니다. 정치권 인사들은 기본이고, 최재형 감사원장도 다녀갔다. 경찰 간부들도 다수가 문상했다고 한다. 직접 조문을 했다는 한 정치권 인사는 “오랜 시간 머물지는 않았지만, 문상 온 경찰 간부들을 여러 명 봤다”고 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