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공안부장검사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문무일 검찰총장과 봉욱 대검 차장(문 총장 오른쪽 옆 하늘색 넥타이 맨 이). 연합뉴스
검찰 고위간부의 문상이 검찰 안팎에서 조용히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봉욱(53·사법연수원 19기) 대검찰청 차장 검사. 검찰 ‘넘버 2’인 봉 차장은 휴일이던 지난달 22일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모친상 조문을 갔다고 한다. 백 비서관의 모친 빈소는 그가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경기도 시흥의 한 병원에 차려져 있었다. 봉 차장은 그날 오전 11시께 부인과 함께 빈소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가 무척 좁아 쉽게 눈에 띄었다고 한다.
얼핏 보면 봉 차장의 문상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백 비서관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바로 아래 민정비서관이고, 민정수석실이 검찰 관련 업무를 보는 곳이니 ‘유관기관’ 인사의 애사에 예를 갖추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조금 자세히, ‘손석희식 어법’으로 “한 발 더 들어가” 보면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봉 차장이 부인과 함께 조문을 한 22일 오후에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문상이 예정돼 있었다. 문 총장은 백 비서관과 대학 때부터 개인적인 연이 있고, 현재도 업무상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로 그날 오후 문 총장은 대검 참모들인 차경환 기획조정부장, 김우현 반부패부장을 대동하고 상가를 찾았다. 보통 검찰 지휘부에선 선·후배 검사나 법조계 또는 유관기관 인사의 상이 나면 회람을 돌리고 누가 누구와 함께 언제 문상을 갈 것인지 등을 정한다. 검찰 2인자인 대검 차장은 당연히 총장의 ‘일정’을 알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총장이 누구 상가에 문상을 가기로 하면 차장은 따라간다. 안 가기로 했다면 모를까 가기로 한 거면 통상 그렇게 해왔다. 전에 변창훈 검사 빈소에도 (총장과 차장) 두 분이 같이 가지 않았나. 그런데 이번에는 차장이 부인과 함께 따로 다녀왔다고 들었다.”(검찰 관계자)
봉 차장은 백 비서관과 원래 아는 사이가 아니라고 알려져 있다. 출신 지역과 대학, 삶의 궤적에 겹치는 대목이 없어, 얼굴을 마주한 것도 이날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날 상가에서 문상 온 봉 차장을 봤다는 한 인사는 “부부가 같이 왔길래 백 비서관 부부와 평소 잘 알고, 집안끼리 교류가 있는 사이인가 보다 생각했다. 평소 아주 절친한 관계가 아니면 상가에 부부동반으로 문상을 가는 예는 잘 없지 않으냐”고 했다.
봉 차장의 조문이 검찰 안팎에서 뒤늦게 화제가 된 까닭은, 그가 ‘차기 총장 후보군’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검차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직행’한 사례가 종종 있었던 만큼 봉 차장은 검찰 안팎에서 많은 시선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7월25일 취임한 문무일 검찰총장의 임기(2년)는 2019년 7월24일까지다. 아직 임기의 절반이 넘지 않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여러 사람이 차기 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곤 한다. 봉 차장과 함께 그 ‘후보군’에 속해 있다는 이금로(54·사법연수원 20기) 법무부 차관도 같은 날 오후에 백 비서관 상가를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두 사람과 백 비서관의 업무상 관계를 따지자면 ‘정무직’인 이 차관이 훨씬 가깝고 자연스럽다. 봉 차장과 백 비서관은 평소 업무 때문에 직접 접촉할 일이 없다.
백 비서관 상가는 검사들만 찾은 것이 아니다. 정치권 인사들은 기본이고, 최재형 감사원장도 다녀갔다. 경찰 간부들도 다수가 문상했다고 한다. 직접 조문을 했다는 한 정치권 인사는 “오랜 시간 머물지는 않았지만, 문상 온 경찰 간부들을 여러 명 봤다”고 했다.
강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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