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갑자기 집 대문으로 들어와…” 연휴가 무서운 북촌 주민들

등록 2018-05-07 16:44수정 2018-05-07 22:13

북촌한옥마을운영회 지난 4월부터 집회
관광객 쓰레기 투기와 소음에 불편 가중
사진 찍겠다며 집 안으로 ‘사생활 침해’
“관광 시간대 제한 등 종합대책 마련중”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의 밤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의 밤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외국인 관광객 두 명이 고풍스러운 한옥 가정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들은 대문에 기대거나 문고리를 잡아당기는 시늉을 하며 한참 동안 사진을 찍었다. 이들 뒤로 이 집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관광객 서너명이 더 있었다. 앞의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떠나자, 한복을 입은 또 다른 관광객이 대문 앞에서 서서 양손으로 ‘브이’(V)를 그리며 사진을 찍었다. 이 집 바로 옆에 ‘동네가 관광객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our village is suffering from tourists)라는 뜻의 영문 펼침막이 붙어 있었지만 관광객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북촌 한옥마을 등 전통 가옥 밀집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몰려드는 관광객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곳 전통 가옥 중 상당수는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인데, 관광객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 지경이라는 게 주민들의 호소다. 참다못한 일부 주민들이 북촌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연휴가 시작된 지난 5일 ‘북촌 한옥마을 운영회’ 회원 30여명은 “북촌 주민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며 마을 입구에서 집회를 열었다. 김혁진 운영회장은 “주민 입장에서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다고 판단돼 4월 말부터 집회를 열게 됐다”며 “관광객을 오지 말라고 막는 게 아니라, 서울시와 종로구청에 최소한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북촌한옥마을운영회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옥마을 입구에서 집회를 열어 “북촌 주민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북촌한옥마을운영회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옥마을 입구에서 집회를 열어 “북촌 주민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사생활 침해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일부 관광객이 집으로 함부로 들어오거나 주민들의 사진을 허락도 없이 찍어간다”고 말했다. 북촌 주민 박정희(61)씨는 “관광객들이 열어놓은 집 대문으로 들어오거나 초인종을 눌러 생활에 지장이 많다”며 “50년을 여기서 살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현상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한옥의 매력에 빠져 두 달 전 이곳에 이사 왔다는 박소영(30)씨도 “날이 풀리면서 관광객이 점점 많아지는데, 이들에 대한 관리나 통제는 부족한 것 같아서 아쉽다. 특히 아이들 안전이 걱정된다”고 했다.

관광객의 쓰레기 투기나 소음 등은 오래전부터 지적됐던 문제다. 북촌 한옥마을에서 찻집을 운영하는 ㄱ씨는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밤늦게까지 큰 소리로 떠들고 쓰레기를 남의 집 앞에 두고 가는 건 부지기수”라며 “심지어 골목에 대소변을 보고 가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5일 북촌 골목 곳곳에는 일회용 음료 컵이나 아이스크림 컵 등 관광객이 버린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시와 종로구청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북촌 등 관광지 주민들의 피해 실태조사를 한 데 이어 지난 3월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주민들의 불편사항을 듣고 있다”며 “관광객이 줄어들까 봐 관광객 통제에 반대하는 분들도 있어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도 “한옥마을을 관광할 수 있는 시간대를 제한하는 방법까지 포함해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