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자격이나 면허를 취득하는데 제한을 둔 현행 법령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자격·면허 취득 시 정신장애 관련 사유를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법률 조항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위배했다”고 봤다. 이에 국무총리에게 “사회복지사업법을 제외한 27개 법률에 존재하는 정신장애인의 자격 면허 취득 제한관련 조항이 폐지 또는 완화될 수 있도록 범정부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정신장애인을 사회복지사 결격 대상으로 추가해 장애인단체의 반발이 거센 사회복지사업법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해당 조항을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현행 법률은 자격이나 면허를 취득할 때 결격사유로 미성년자,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 등과 함께 정신장애 관련 사유(심신상실자·심신박약자·정신질환자)도 두고 있다. 정신장애인은 업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업무를 할 때 위험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정신장애인이 자격이나 면허를 딸 수 없다고 정한 법률은 28개에 달하고, 이 중 모자보건법 등 6개는 정신장애인의 자격이나 면허 취득을 절대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사회복지사업법에 정신장애인의 자격, 면허 취득을 제한하는 조항이 새로 추가되기도 했다.
인권위는 이 법률들이 “정신질환이라는 병력을 이유로 한 차별이 행해질 우려가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정신질환만이 업무상 무능력과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구체적 근거가 없고 다른 신체질환과 마찬가지로 치료를 할 수도 있는 것인데, 증상의 경중과 치료경과를 고려하지 않고 정신질환을 결격조항으로 두는 것은 합리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대해서는 “정신건강복지법 전면 개정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정신장애인을 차별하는 불합리한 규정을 정비하려던 상황에서 이뤄진 조치라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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