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패혈증’이 발생한 강남의 피부과가 프로포폴이 든 주사기를 고장 난 냉장고에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해당 피부과 원장 박아무개(43)씨가 “편의를 위해 프로포폴이 든 주사기를 냉장 기능을 상실한 고장 난 냉장고에 보관했다”고 진술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병원은 프로포폴 앰풀을 개봉해 여러 개의 주사기에 나눠 담은 뒤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약 60시간 동안 고장 난 냉장고에 방치했다. 프로포폴은 개봉 후 변질 가능성이 커 주사 직전 개봉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해당 피부과는 프로포폴을 미리 개봉한 뒤 냉장 기능이 없는 냉장고에 보관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병원에서 시술을 받고 패혈증 증세를 보인 환자 20명이 모두 시술 전 프로포폴을 투여받았다고 9일 밝힌 바 있다.
이 사건을 내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8일 원장과 간호조무사 등 병원 관계자 10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뒤 “보건당국의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면 수사로 전환할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병원에서 시술을 받은 김아무개씨 등 20명은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패혈증 증상을 보여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금까지 1명이 퇴원했으며, 나머지 환자들은 중환자실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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