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기계적·관행적 상고로 형사재판이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외부 법률전문가들의 형사상고심의위원회 제도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부장 송삼현 검사장)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전국 23개 고·지검별로 마련된 형사상고심의위에서 1·2심 무죄 선고 사건과 주요 사건의 대법원 상고 여부를 심의하도록 했더니 상고 건수가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1·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된 사건의 경우 올해 1월부터 4월 말까지 검사 상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2.6%에서 7.1%로 15.5%포인트 감소했다. 상고인원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176명에서 134명이 줄어든 42명으로, 76%가 감소했다.
상고심의위는 지난달 말까지 전국에서 모두 41차례 열려, 피고인 71명에 대한 상고 여부를 논의한 결과 심의 대상의 41%인 29명의 상고를 포기했다고 대검은 밝혔다.
대검에 따르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인터넷 게시판인 ‘오늘의 유머’ 운영자가 정치관여 게시글 등이 담긴 이동용저장장치(USB)를 기자에게 넘겨준 혐의로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의 경우 상고심의위에서 “국가기관의 불법선거 관여에 대한 제보로, 정당행위에 해당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상고 포기를 의결해 검찰이 상고를 포기했다. 또 타워크레인 임대업자가 건설현장에 쓰러진 크레인을 치우지 않고 수리비를 요구하다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도 “그런 부작위만으로 ‘위력의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는 상고심의위의 의결에 따라 검찰이 상고를 포기했다. 그러나 종교적 이유의 병역거부 사건에서는 상고가 필요하다는 상고심의위 의결에 따라 검찰이 또다시 상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고심의위는 지난해 말 대검 검찰개혁위원회 권고에 따라 대학교수,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 495명으로 전국 23개 고검·지검에 설치됐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