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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정원,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정보공개 ‘수상한 거부’

등록 2018-05-11 04:59수정 2018-05-11 08:09

민변 쪽 군인 조사 문건목록 요청에
국가안보 등 이유로 ‘비공개’ 결정
8개월 지나 재판서 “정보 없다” 번복
“직원이 문서 자체로 오인했다” 해명
‘문건공개 원천봉쇄 의혹’ 지적 나와
국가정보원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베트남 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관련 정보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가, 8개월 만에 “정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국정원은 “담당 직원의 착오로 인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이런 사실은 임재성 변호사가 국정원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내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임 변호사는 지난해 8월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1969년 11월께 베트남 꽝남성 퐁니·퐁넛마을 학살 사건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3명의 참전 군인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뒤 작성한 문건 ‘목록’ 등을 공개해달라”고 국정원에 청구했다. 임 변호사 등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은 베트남 학살 피해자들을 대리해 국가배상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국정원은 임 변호사의 청구에 곧바로 ‘비공개’ 처분을 내렸다. 조사문건 목록은 있지만, 국가안보 관련 내용이라 공개하기는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정원은 지난달 27일 법원에 “조사 목록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냈다. 그러면서 “담당 공무원이 청구 정보를 문서 ‘목록’이 아닌 ‘문서’ 자체로 오인해 잘못 처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정보공개법 규정에 비춰 비상식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해 정보목록을 작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건은 있지만 그 목록은 따로 만들거나 관리하지 않았다는 건 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국정원이 베트남 학살 관련 조사 문건이 공개되는 걸 원천봉쇄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법원이 목록을 공개하라고 판결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아예 없다고 발을 뺀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목록이 공개되면 목록에 기재된 개별 정보가 공개될 가능성도 커진다. 통상 정보공개 청구 때는 정보목록을 먼저 받은 뒤 목록에 기재된 정보를 구체화해 다시 공개를 요청하기 때문이다.

‘국가안보’나 ‘외교관계’를 단골 방패막이로 정보공개에 인색한 국정원의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정원은 법원에 낸 의견서에서 “베트남 정부는 민간인 학살 문제가 공론화되면 베트남 국민들 사이에 내부 (갈등) 문제가 초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변호사는 “한국 국가기관이 50년 전에 (민간인 학살을) 조사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인데, 이게 베트남 내부 문제나 외교 문제와 어떻게 직결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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