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2016년 9월19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에 소환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들어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경제특보와 산업은행장을 지내면서 지인의 업체가 국책과제 수행업체로 선정되도록 하고 620억원의 투자압력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73)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1일 배임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강 전 행장에게 징역 5년2개월과 벌금 5000만원, 추징금 884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강 전 행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함께 기소된 고교동문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이명박 정부의 첫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 전 행장은 2009년 11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및 대통령 경제특보로 재직하면서 지인인 김아무개씨가 운영하는 바이오에너지 개발업체 '바이올시스템즈'를 국책과제 수행업체로 선정하도록 해 66억7000만원의 정부지원금을 지급하도록 지식경제부 국장에게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산업은행장이던 2011년 6월~2012년 2월에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에게 대우조선의 자금 44억원을 바이올시스템즈에 투자하도록 한 혐의도 받았다.
강 전 행장은 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3월 고재호 당시 대우조선 사장과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에게 국회의원 7명의 후원금 2800여만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도 받았다. 그는 또 임 회장으로부터 대출을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등을 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2012년 11월에는 원유철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청탁을 받고 ㅇ사에 '공장용지 매입' 명목으로 473억여원을 부실대출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 추징금 9064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그러나 남 전 사장의 비리를 묵인하는 대가로 부당한 투자를 지시한 혐의와 국회의원 후원금을 대신 내도록 한 혐의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이 무죄로 판단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2개월과 벌금 5천만원, 추징금 884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 전 행장은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타인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국회의원 후원금을 지급하게 하고 뇌물도 수수했다"며 "그런데도 책임을 부인하고 정당한 직무를 수행했다고 변명하는 등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런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