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7월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진경준 전 검사장.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넥슨 대표에게서 공짜 주식 등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진경준(51) 전 검사장이 파기환송 뒤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진 전 검사장은 2심에서 공짜 주식이 뇌물로 인정돼 징역 7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해 대법원은 이를 무죄로 판단해 판검사에 대한 ‘보험용 뇌물’ 처벌 범위를 좁혔다는 비판을 받았다. 진 전 검사장은 공짜 주식을 팔고 얻은 120억대 차익도 지켰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오영준)는 11일 한진그룹 내사 사건을 종결시킨 대가로 처남에게 147억원 상당의 용역을 주도록 한 혐의로 기소된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진 전 검사장이 2005년 김정주(50) 엔엑스씨(NXC) 대표에게서 4억2500만원을 받아 넥슨 주식을 인수한 뒤, 이를 다시 판 돈으로 넥슨재팬 주식을 사서 되팔아 120억원대의 차익을 얻은 뇌물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김 대표의 뇌물 공여 혐의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대법원이 판단한 부분은 당심도 그대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진 전 검사장이 이익을 받을 당시 진 전 검사장의 직무에 속한 사건이 장래에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김 대표는 진 전 검사장에게 잘 보이면 어떤 도움을 받거나 손해를 입을 염려가 없다는 막연한 기대감에서 이익을 공유했을 뿐”이라고 재판부는 밝혔다.
다만 처남에게 용역을 주도록 한 제3자 뇌물 혐의는 인정해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이 무겁다는 진 전 검사장 쪽의 주장은 “사법 질서나 사회 질서는 적정한 검찰권과 사법권 행사에 따라 법 집행이 좌우돼 검사는 고도의 높은 도덕성을 지닌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 전 검사장은 2016년 친구인 김 대표에게서 공짜 주식을 받고 이를 팔아 120억원대의 이익을 얻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그러나 1심은 공짜 주식을 포함해 김 대표에게서 받은 모든 금품을 뇌물로 보지 않고, 제3자 뇌물 혐의만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김 대표에게 받은 공짜 주식 대금, 제네시스 차량 명의 이전료, 여행경비까지 뇌물로 판단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지난해 “진 전 검사장이 받았다는 청탁이 ‘장래 검찰에서 김 대표나 넥슨 등이 관련된 사건을 처리하게 될 경우 유리한 처분이나 편의를 해달라’는 정도에 지나지 않고 직무권한에 속한 사항과 관련된 사건이 장래에 발생할 개연성이 없다. 받은 돈과 관련된 사건이 추상적이고 막연하다”며 차량 명의 이전료와 여행경비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나 넥슨 사건을 수사하지 않는 상황에서 돈을 받았기 때문에 뇌물죄 판단 근거인 ‘직무 연관성’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대로라면 ‘보험용’으로 공직자에게 준 돈은 처벌할 수 없게 돼 비판을 받았다. 포괄일죄(여러 범죄를 하나의 범죄로 취급하는 것. 가장 마지막에 일어난 범행을 기준으로 공소시효가 계산된다)로 묶였던 2008년~2009년 제네시스 차량 취득과 2005년~2014년 여행경비 수수가 무죄가 되면서 2005년 받은 넥슨 공짜 주식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죄부를 받았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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