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주식회사 노사가 합의서를 통해 직접고용과 노조활동 보장 등에 대해 합의한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사무실에서 한 조합원이 노조활동과 관련해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삼성의 ‘노조와해 공작’을 총괄한 혐의를 받는 최아무개(56) 삼성전자서비스 전무가 15일 구속됐다. ‘삼성 인사 라인’ 출신으로 모회사인 삼성전자의 노조 대응 대책회의에 참석해 온 최 전무의 구속으로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 여부 규명 등 ‘윗선’을 향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횡령 등 일부 피의사실에 관해 법리상 다툴 여지가 있으나 다른 범죄 혐의는 소명된 것으로 보이고, 수사 개시 이후 증거인멸에 가담한 정황이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인정된다”며 최 전무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배임증재 등 혐의로 최 전무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 전무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출범한 2013년 이후 노조와해 공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총괄 티에프(TF)’의 실무를 총괄하는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이른바 ‘그린화’(노조원의 탈퇴 및 노조파괴) 작업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노조 활동이 활발한 서비스센터 4곳의 대표들에게 위장 폐업을 지시하고 그 대가로 2억여원의 회삿돈을 지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최 전무에게는 2014년 삼성의 무노조 경영 횡포에 맞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양산서비스센터 노조원 염호석(당시 35살)씨의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르도록 염씨 아버지를 회유하면서 전달된 6억원을 회삿돈으로 마련한 혐의도 적용됐다.
특히 검찰은 최 전무가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를 잇는 연결고리 구실을 한 것으로 보고, 최장 20일인 구속 기간 동안 최 전무를 상대로 윗선 관여 여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을 계획이다. 1980년대 초 삼성전자에 입사한 최 전무는 삼성전자 인사팀(차장·부장), 삼성전자로지텍 인사팀장(상무)을 지내는 등 ‘삼성 인사 라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2012년부터는 삼성전자서비스 상생운영팀장(인사팀장)을 맡고 있다. 삼성 총수일가는 이병철 창업자의 유훈에 따라 최근까지도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 왔고, 삼성 인사팀은 노조 대응을 총괄하는 부서다.
다만, 이날 최 전무의 지시를 받아 공작을 실행한 의혹을 받는 삼성전자서비스 윤아무개 상무와 전직 서비스센터 대표 함아무개씨, 노무사 박아무개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이달 초 한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바 있는 윤 상무는 최 전무를 도와 노조 대응 실무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노조파괴 전문업체로 알려진 ‘창조컨설팅’ 출신의 박씨는 삼성전자서비스의 ‘기획 폐업’ 실무를 직접 추진하고 노조 가입 여부에 따른 각종 차별 조치 실행 등 불법 공작의 핵심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의심받는다. 또 함씨는 2013년 6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을 주도한 위아무개 전 노조 지회장을 부당하게 해고하고 동래서비스센터를 위장폐업한 혐의를 받는다.
허 부장판사는 윤 상무 영장 기각 사유로 “범죄 혐의에 관해 피의자가 대부분의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등을, 또 박씨 및 함씨 영장 기각 사유로는 “증거들이 거의 수집됐다”는 점 등을 들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