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신의 직장’ 자녀 물려주려다가…SR 인사부장·이사 등 구속

등록 2018-05-15 12:00수정 2018-05-15 20:42

경찰, 에스알 채용비리 수사결과 발표
2015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24명 부정채용
청탁 대가로 돈 받은 노조 간부 등 13명 입건
서류·면접평가 점수와 순위 조작 드러나
경찰이 지난 3월7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 에스알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한 증거물들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경찰 제공.
경찰이 지난 3월7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 에스알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한 증거물들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경찰 제공.
신입·경력직 공개채용에서 24명을 부정채용한 혐의로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 에스알(SR) 임직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수사 결과 ‘에스알 채용비리’는 지난 1월 국토교통부가 특별점검으로 밝혀낸 5명보다 규모가 더 컸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는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랑구 지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에스알 채용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지난 2015년 7월부터 2016년 9월 중 치러진 아홉 차례의 신입·경력직 공개채용에서 부정채용에 가담한 에스알 임직원 12명과 청탁 대가로 돈을 받은 노동조합 간부 등 1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붙잡았다”고 밝혔다. 이어 “13명 중 상임이사 ㄱ(58)씨와 인사부서장 ㄴ(47)씨는 구속된 채로 검찰에 넘겨졌고, 나머지 피의자들은 증거인멸 등에 대한 보강조사를 거쳐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에스알 채용비리’에 대해 “부모들이 자녀에게 안정적인 직장을 대물림하려다 일어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부정채용 된 24명 중 23명의 채용을 청탁한 사람이 코레일과 에스알 전현직 임직원의 가족이거나 지인들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에스알 채용비리는 친인척과 지인, 입사지원자의 부모 등에게서 채용을 청탁받은 에스알 임원과 노조 간부가 채용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점수조작 등을 지시하는 식으로 이뤄졌다”며 “이 과정에서 노조 간부 ㄷ(52)씨는 부정채용자의 부모 11명에게서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3500만원까지 총 1억230만원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청탁 받은 뒤, 서류전형부터 면접전형까지 채용 절차 전반에서 부정채용을 위한 조작 등이 이뤄졌다.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에스알 쪽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기관에 위탁한 서류평가 점수를 조작하고 서류평가에서 순위 안에 들지 못한 부정채용 대상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상위 득점자 105명을 이유 없이 탈락시키기도 했다. 면접에 참석하지 않은 지원자에게 면접 점수를 부여하고, 전직 임원 ㄹ(65)씨는 처조카를 합격시키기 위해 직접 면접에 들어가 높은 점수를 주고 합격시키는 일도 있었다. 면접 평가가 끝난 뒤 5등까지 최종 합격을 하는 상황에서 부정채용 대상자가 최하위 등수인 15등을 기록하자 면접점수를 조작해 그를 5등으로 올리고 원래 5등이었던 지원자를 6등으로 내려 불합격시키기까지 했다.

에스알 채용비리의 피해자 박아무개(28)씨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브리핑실에서 부정채용이 있었던 지난 2016년 7월 최종면접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에스알 채용비리의 피해자 박아무개(28)씨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브리핑실에서 부정채용이 있었던 지난 2016년 7월 최종면접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렇게 6등이 돼 불합격한 에스알 부정채용의 피해자 박아무개(28)씨가 나와서 최종 면접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지난 2016년 7월 채용 절차에 응시했던 박씨는 “옆자리 지원자가 대답을 할 때마다 ‘아버지가 코레일 기관사’라는 사실을 유난히 강조하는 걸 보고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고, 나에게는 ‘에스알이 아닌 다른 회사의 비전에 대해 설명하라’는 식의 황당한 질문을 해 ‘떨어뜨리려고 하는 질문인가’ 싶었다"고 했다. 이어 “에스알에 취업하고 싶어서 3년 동안 철도유관기관에서 일하며 준비해왔는데, 부정채용의 당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고 ‘어떻게 해도 금수저는 이길 수 없는 건가’라는 생각에 좌절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떨어졌을 나같은 지원자들에게 구제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공공기관에서 만큼은 다시는 이런 허망한 일이 안 일어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