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사지휘권 행사로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문 총장은 "검찰권 관리 감독이 총장의 직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수사에 문무일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논란은, “신속·엄정한 처리 지시”라는 16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진화성 발언’으로 확전은 하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앞으로의 상황 전개에 따라 국지성 폭우로 지날 수도 있고, 본격적인 태풍으로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분기점은 오는 18일 열릴 ‘전문자문단’ 회의다. 회의에서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지목한 김우현(사법연수원 22기) 대검 반부패부장(검사장) 등 검찰 고위간부들을 재판에 넘길지를 심의한다. 자문단 심의 결과에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자문단의 구성 과정을 보면 누구도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자문단이 기소 쪽으로 결론을 내리면 검찰총장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직속 참모가 수사 외압을 저질렀다면 사실상 이를 지휘한 문 총장도 외압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불기소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이미 크게 훼손된 문 총장의 리더십이 금세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핵심은 대검 반부패부의 수사 지휘 혹은 수사 개입이 직권남용에 해당하느냐 여부다. 단장인 양부남 검사장을 비롯한 수사단 쪽은 김 반부패부장 등의 기소가 불가피하다고 확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이후 진행된 춘천지검(이영주 검사장)의 수사 과정에서 김 부장 등 대검 반부패부가 부당한 지시를 거듭해 수사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수사단은 김 부장 등에게 모두 7가지의 혐의를 두고 있으며, 이 중 몇 가지는 기소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문 총장을 비롯한 대검 쪽은 반부패부의 수사지휘가 법과 원칙에 따른 정당한 행위여서 직권남용에 해당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보고 있다. 당시 춘천지검이 기본적인 조사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출석조사를 강행하는 등 ‘수사 실수’가 많았다는 설명도 나온다. 대검으로선 이를 지적하고 보완하려 했을 뿐, 개입이나 외압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김 반부패부장이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과 통화해 검찰 출석 시간 등을 조정한 것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 대한 ‘예우’의 수준을 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대검과 수사단 양쪽은 16일 추가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한 채 18일로 예정된 전문자문단 회의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검찰 주변에선 수사단과 대검이 권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에 이미 합의하는 등 알려진 것보다 갈등이 크지 않다는 설명도 나온다. 자문단 회의를 기점으로 사태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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