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이 사이버성폭력 대응을 위한 국제연대체를 꾸릴 계획을 밝혔다. 한사성 <페이스북> 제공
ㄱ씨는 전 남자친구와 합의하고 찍었던 성관계 영상이 성적 모욕이 담긴 글과 함께 온라인상에 유포된 사실을 최근 알게 됐다. 유포된 영상과 글에 담긴 정보로 볼 때, 전 남자친구가 가해자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에 난색을 보였다. 영상이 해외에 서버를 둔 누리집을 통해 유포돼 게시자를 특정하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결국 수사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사이버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활동가들은 ㄱ씨 피해 사례처럼 불법 촬영물이 해외에 서버를 둔 ‘포르노 사이트’ 등에 유포되면 게시물 삭제나 게시자·운영자 처벌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해 왔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는 18일 이처럼 ‘해외 서버’에 가로막힌 사이버성폭력 대응의 활로를 찾기 위해 국제연대체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사성은 공식 페이스북에서 “사이버성폭력이라는 국경 없는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연대체를 꾸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법 촬영물의 상당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불법 포르노 사이트 등을 통해 유출되는데, 이들 누리집의 서버는 대부분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한사성에 접수된 사이버성폭력 피해 사례 206건을 보면, 사이버 성폭력 피해가 벌어진 곳은 ‘에스엔에스’(SNS)가 40.9%로 가장 많았고, 불법 포르노 사이트(39.4%), 국내 웹하드(15.1%)가 뒤를 이었다.
한사성은 연대체를 꾸리기 위해 5월에는 대만을, 6월에는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특히 6월에는 미국의 시민단체인 ‘사이버 시민 권리 구상(CCRI·Cyber Civil Rights Initiative)’을 방문해 미국 내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유포하는 성적 사진이나 영상) 처벌법 입법운동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미국은 연방법상 ‘리벤지 포르노’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한사성의 활동가 ‘여파’(활동명)는 “연방법으로 리벤지 포르노가 불법이 아닌 미국에 서버가 있어 수사 협조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우선 연방법 개정을 위해 활동하는 미국의 시민단체에 연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국제연대체 사업 추진은 정부 차원의 불법 촬영물 대책을 촉구하는 의미도 있다. 여파는 “사이버 성폭력에는 국경이 없는데 수사기관의 수사에는 국경이 있다”면서 “수사기관의 국제공조가 원활하지 않아 피해가 큰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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