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으로 19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월7일 대정부질문을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낙연 총리에게 개헌과 관련해 질문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이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9일 밝혔다. 권 의원은 2013년 11월 강원랜드 쪽에 자신의 비서관 김아무개씨 등을 채용해달라고 청탁을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업무방해 등)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강원랜드 쪽이 권 의원에게 각종 편의를 기대하고 김씨 등을 채용해 준 것으로 보고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을 적용했다. 앞선 지난해 9월 <한겨레>는 강원랜드가 2012~2013년 채용한 518명 중 95%인 493명이 청탁 대상자로 별도 관리됐으며 권 의원 역시 강원랜드 쪽에 비서관 김씨 등 10여명을 채용 청탁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 한 바 있다.
검찰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는 숱한 부침을 겪어왔다. 지난해 4월 이 사건을 처음 수사한 검찰은 방대한 채용비리 규모에도 불구하고 최홍집 전 강원랜드 사장과 인사담당자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청탁자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한겨레> 보도 등으로 부실 수사 의혹이 나오고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검찰은 지난해 9월 재수사를 시작했다. 또 올해 2월에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을 별도로 꾸려 수사를 진행해왔다. 수사단은 지난 4월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염 의원의 혐의는 지역 보좌관 등 수십 명을 강원랜드에 채용해달라며 부정 청탁을 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권 의원이 받는 혐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은 계속 미뤄져 왔다. 이러던 중 지난해 춘천지검에서 강원랜드 재수사를 담당했던 안미현 검사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2월 권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가 필요하다는 검토 결과 보고서를 상부에 제출하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이영주 춘천지검장이 대면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권 의원을 소환하려는 것에 대해 크게 질책했다”고 폭로했다. 또 안 검사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가 진행되던 중에 김우현 대검찰청 반부패부장과 권 의원이 수차례 통화한 사실도 밝혔다. 검찰과 법무부 등을 담당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권 의원이 대검 수뇌부를 통해 수사에 외압을 가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취지였다.
같은 날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 역시 보도자료를 내 “5월1일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내일 (권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 예정’임을 알렸다”며 “(하지만 검찰총장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가칭 ‘전문자문단’의 심의를 거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히며 안 검사의 주장을 거들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애초 수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런 약속을 어기고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권 의원에 대한 영장청구 여부를 ‘전문자문단’이라는 지금껏 존재하지 않던 기구를 새로 만들어 결정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다만 수사단은 보도자료에서 5월10일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권 의원에 대한 영장청구 여부를 ‘전문자문단’에서 논의하는 것은 수사 기밀 유출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했고, 문무일 검찰총장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 등의 수사 외압과 관련한 부분은 ‘전문자문단’의 결정에 맡기기로 했다. 수사단이 검찰총장을 직접 겨냥하는 공식 보도자료를 내놓는 이례적인 일이 일어난 것이다. 안 검사와 수사단의 입장에 대해 대검은 “정상적인 수사 지휘였을 뿐이다”라고 주장하며 맞섰다.
검찰 내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전문자문단’은 18일 회의를 열어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 등 검찰 수뇌부의 수사 방해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아 그 결과를 19일 새벽 1시께 발표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은 이후 “‘전문자문단’의 심의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라는 짧은 입장을 냈다. 또 수사단은 이날 아침 권 의원이 대검 수뇌부를 통해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범죄 사실을 제외한 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전문자문단’ 회의 결과가 나온 직후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검찰 의사결정 시스템에서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전반적으로 되돌아보겠다”라는 입장을 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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