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지휘관이 부하 군인과 저지른 불륜 행위는 지휘체계와 군기를 무너뜨린 것이어서 징계 때 중대한 가중사유가 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육군 기계화보병사단의 ㅇ 전 여단장(대령)이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의 원심판결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ㅇ 대령과 비슷한 때 같은 여단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다 부하 여군과 불륜을 저지른 ㅁ 소령이 낸 해임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도 원고승소의 원심판결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ㅇ 대령은 2015년 1월 25살 어린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으나 군사법원의 1심 재판에서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ㅇ 전 여단장은 불륜관계에 따른 품위유지 의무 위반(성군기 위반)으로 파면됐으나, 이에 불복해 군 항고심사위에서 해임으로 감경된 뒤 소송을 냈다. 같은 부대 소속이던 ㅁ 소령도 비슷한 시기 14살 어린 같은 과 부하 여군과의 불륜을 이유로 파면됐다가 불복해 해임으로 전역한 뒤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두 사람에 대해 각각 “배우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등 감경사유가 있어 해임 처분은 지나치다”며 원고승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휘관 및 간부급 부서장의 임무를 위반하고 지휘체계와 군기를 무너뜨린 점에서 그 비위 정도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으며, 징계에서 중대한 가중사유"라며 원고패소 취지로 각각 판결했다.
대법원은 “군인 특히 부대의 지휘관에게는 직무의 성질상 강한 도덕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므로, 상급자로서 자신의 지휘계통 아래 있는 하급자에 대한 군기문란 행위는 철저히 금지된다”며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부하 군인과의 불륜행위는 엄정한 군의 기강과 규율을 흐트러뜨림으로써 군의 임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고, 소속 부대원의 신뢰를 무너뜨리며 그 사기를 저하할 수 있으므로 엄정히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군인사법에는 불륜 행위에 대한 징계 처분이 기본적으로 ‘정직’이지만 상대방이 군인이나 군무원인 경우 등 가중사유가 있으면 파면·해임·강등 처분을 하도록 하고 있다”며 “지휘관의 부하 군인과의 불륜은 지휘관의 임무를 위반하고 지휘체계와 군기를 무너뜨린 점에서 중대한 가중사유”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배우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등의 감경사유는 애초의 파면 처분이 해임으로 감경됐을 때 이미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같은 부대 문 전 과장에 대해서도 “부대의 부서장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에게는 상급자로서 자신의 지휘계통 아래 있는 하급자에 대한 군기문란행위가 철저히 금지된다”며 “해임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거나 징계권자의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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