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등으로 구성된 ‘파인텍 고공농성 200일 공동행동 준비위원회(파인텍 공동행동)’는 파인텍 고공농성 200일을 8일 앞둔 22일 오후 12시께부터 3박4일동안의 오체투지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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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노동자 복기성씨의 북채가 북을 치고 하늘을 향해 솟았다. 하얀색 민복을 입은 19명이 복씨의 북소리에 맞춰 무릎을 꿇고 손바닥을 땅에 댄 뒤, 온몸을 땅에 맞댔다. 열 걸음 걷고 땅과 맞대기를 서른번쯤 반복했을 때, 맨 앞에서 대열을 이끌던 차광호 파인텍 지회장과 문용민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위원장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횟수가 반복될수록 회색을 띠어가던 흰옷은 오후 2시 30분 이후 비가 내리자 무릎과 팔꿈치 부분이 검게 변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등으로 구성된 ‘파인텍 고공농성 200일 공동행동 준비위원회(파인텍 공동행동)’는 파인텍 고공농성 200일을 8일 앞둔 22일 오후 12시께부터 3박 4일 동안의 오체투지에 나섰다. 이들은 오체투지 첫날 김세권 스타플렉스 회장의 사무실이 있는 목동의 한 빌딩에서부터 홍기탁·박준호씨가 굴뚝농성을 하는 목동 열병합발전소를 지나 당산역까지 약 4.3㎞ 거리에서 온몸으로 배를 밀었다.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이아무개(82)씨는 “부처님오신날이라 절에 다녀오는 길인데 노동자들이 오체투지 하는 걸 보니 마음이 아프다. 왜 이렇게 노동자들을 힘들게 하냐”며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았다. 오체투지는 불교식 큰 절로 머리·양발·양팔 등 신체 다섯 부분이 땅에 닿는다.
파인텍 공동행동은 오체투지를 시작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인텍의 모회사인 스타플렉스에 파인텍 조합원 5명을 고용할 것과 단체협약·노동조합 승계 등을 요구했다. 차광호 지회장은 “김세권은 75미터 굴뚝 위 홍기탁 박준호 두 명과 굴뚝 아래 김옥배·조정기·차광호가 다시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루빨리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또 문재인 정부에도 “촛불로 탄생한 정권이라면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인텍지회 소속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국장은 파인텍의 모회사인 스타플렉스가 노조와 약속한 고용승계·노동조합 및 단체협약 보장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지난해 11월12일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랐다. 스타플렉스의 정리해고에 반발해 2014년 5월 27일부터 2015년 7월 8일까지 408일간 굴뚝에 오른 차광호 지회장에 이어 두 번째다. 408일 더하기 192일. 파인텍 노동자들의 굴뚝 고공농성은 이날로 600일이 되었다.
오체투지 행진단은 오후 2시께 노동자 두 명이 있는 굴뚝 앞에 섰다. 약 300배 하는 동안 자세에 흐트러짐이 없었던 차광호 지회장이 굴뚝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고공농성 ‘선배’인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정욱씨도 굴뚝 아래 닿자 하늘 위 노동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홍기탁 전 지회장은 “오체투지는 매우 힘든 일이라 말리고 싶었다”며 “굴뚝 위는 괜찮다. 아래가 걱정이지”라고 말했다.
파인텍 노동자들에 연대해 쌍용자동차·기륭전자 해고 노동자 등이 함께하는 오체투지는 25일까지 전경련·민주당사를 거쳐 청와대까지 19.1㎞ 거리를 행진한다.
글·사진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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