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사이프가 지용이와 함께 살려면 보호처분 해제 등으로 퇴거 위기에서 벗어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체류자격을 얻어야 한다. ‘강제퇴거 대상자’ 신분 탈피는 출입국관리법이 난관이다. 이 법은 법무부 장관의 승인으로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송환 때까지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구금 기간에 제한이 없고 외부 견제도 없어 ‘깜깜이’로 운영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사이프처럼 1년 이상 구금된 외국인은 2018년 2월 현재 14명(최장 5년4개월)이다. 이 중 3명은 보호 일시해제 사유의 소멸 등의 이유로 재구금된 이들이다. 사이프도 언제든 다시 구금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는 무기한 구금의 근거가 되는 해당 법 조항이 적법하다고 결정하면서도, 보호 기간의 상한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손을 놓고 있던 국회에서도 이 법을 손질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보호 기간을 최대 1년으로 제한하는 게 뼈대다. 또 보호의 필요성을 엄격히 따지고, 보호처분 갱신을 위해 두 달마다 판사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 법안대로라면 사이프처럼 본국 송환이 불가능한 상태로 1년 이상 구금된 이들은 풀려날 수 있다.
무국적 상태로 본국 송환이 불가능한 경우 체류 자격을 주는 방안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무국적자 처우에 대한 별도 법령은 없고, 정부 지침도 공개돼 있지 않다. 다만 법무부 내부 규정에 따라 국적이 무효·취소된 뒤 장기체류하거나 결혼 등으로 국내체류가 불가피한 경우 F1(방문동거) 자격이나 F6(결혼이민) 자격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강제퇴거 대상이어도 인도주의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특별 체류허가를 주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이프는 “미성년 자녀와 같이 살도록 체류자격을 부여해달라”며 지난해 11월 법무부에 낸 탄원서에 대해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
사이프를 대리하는 박영아 변호사는 “한국은 ‘무국적자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했는데도 법적 제도는 전무한 실정”이라며 “무국적자 지위를 확인하고 인도적 처우를 보장하도록 법률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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