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출마 기자회견에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청소년을 배제한 채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문제의식을 표하고 청소년을 위한 교육감 정책을 공론화하고자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후보 출마’ 캠페인을 진행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시험만 골백번 봐 현장경험이 풍부하다’는 진짜 교육감 ‘기호 0번 청소년’ 후보가 6·1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검은 교복을 입고 흰 가면을 쓴 청소년 교육감 후보의 출마선언문 낭독과 공약 발표가 끝나자, 주황색 반팔티를 맞춰 입은 선거 운동원들은 구호를 외쳤다. “청소년 없는 교육감 선거는 학생 없는 학생회장 선거와 다름없다!”, “어른들 만의 민주주의는 필요 없다!”
선거연령 하향과 청소년 참정권 확대 활동을 해온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호 0번 청소년 서울시 교육감 후보’ 출마선언을 했다. “교육감 선거는 청소년들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선거인데 매번 청소년은 배제된 채 치러지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청소년이 유권자가 되고 후보가 된다면 어떤 공약을 내세우고 선거를 치를지 보여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교육감 선거에 ‘기호 0번 청소년’ 후보가 등장한 것은 지난 2008년과 2010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출마 기자회견에서 기호0번 청소년 교육감 후보가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청소년을 배제한 채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문제의식을 표하고 청소년을 위한 교육감 정책을 공론화하고자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후보 출마'캠페인을 진행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날 기자회견에서 청소년 후보 역할을 맡은 윤아무개(16)군은 “청소년의 목소리가 교육감 선거에서 0순위로 가장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는 뜻으로 ‘기호 0번 청소년’ 후보가 출마했다”며 “청소년은 어른들이 결정한 교육에 순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원하는 교육을 선택하고 만들어 나가는 교육의 주체로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적힌 출마선언문을 읽었다.
출마선언을 한 뒤에는 “실제 교육감 후보들이 추진해주기를 바란다”며 학생 인권과 관련된 ‘기호 0번 청소년’ 후보의 공약도 발표했다. 인권침해 근절 공약으로는 △두발과 복장규제 전면 폐지 △화장실·조퇴를 교사에게 허락받아야 하는 관행 개선 △야간자율학습과 방과후학교 강제 금지 △특성화고 취업률 경쟁 완화와 현장실습과정의 인권침해 근절 등이 있었다. 또 평등한 학교 현장을 만들기 위해서 △교무실 청소와 심부름 등 교사의 업무를 학생에게 시키는 관행 개선 △화장실·엘리베이터·출입문 차별 해소 △소수자 학생의 인권과 학습권 보장 등을 약속했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출마 기자회견에서 기호 0번 청소년 후보가 선관위 관계자에게 명함과 자료를 전달하고 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청소년을 배제한 채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문제의식을 표하고 청소년을 위한 교육감 정책을 공론화하고자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후보 출마'캠페인을 진행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어른들의 지지 선언도 이어졌다. 10년 전 첫 번째 ‘기호 0번 청소년’ 후보자였던 시민활동가 난다씨는 “어른들 끼리만 하는 선거를 그만해야 한다고 외친지 10년이 됐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약자·소수자의 처지는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번 청소년 교육감 출마가 민주주의가 한 뼘 더 성장하는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성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실장은 “청소년 교육감 후보의 공약을 보면 민주적 학교 운영은 아직도 먼 나라 이야기”라고 지적했고, 이빈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표는 “청소년들이 몸으로 경험해 만든 공약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참정권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원하는 협력사업인 ‘기호 0번 청소년’ 퍼포먼스는 6·13 지방선거 당일까지 계속된다. 선거 하루 전인 다음달 12일까지 이들은 광화문과 강남역·홍대입구 등 서울 주요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이어간다. 내일(25일)과 모레(26일)는 각각 강원도와 충청남도에서도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후보가 출마선언을 하고, 선거 직전 주말인 다음달 9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세 후보가 합동유세도 할 예정이다. 사전투표와 본 투표가 치러지는 다음달 8일, 9일, 13일에는 청소년들이 교복을 입고 직접 투표에 나선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