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인권위)가 중학생 원생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한 아동양육시설에 휴대전화 사용 연령을 확대하라는 권고를 내렸다고 25일 밝혔다. 인권위는 휴대전화 사용의 과도한 제한이 또래 집단 내에서 배제나 따돌림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이 시설의 원장 등이 원생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진학 지도를 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결론도 내렸다.
해당 시설에서 일하던 생활지도원 ㄱ씨는 원장과 사무국장 등이 중학교 3학년까지의 원생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올해 한 대학 호텔조리학과에 합격한 원생에게 대학에 가지 말고 취직할 것을 강요했다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진정에는 내신 성적을 받기 유리한 고등학교에 가겠다는 원생에게 시설과 거리가 멀어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해당 학교에 가지 못하게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이 시설의 원장과 사무국장은 휴대전화는 현재 고등학생 이상만 사용하고 있으나 앞으로 중학생도 사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진학 지도와 관련해서는 희망 학교로 진학했을 때 어려운 점을 설명해 원생의 동의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결과 원생들이 진학 희망 학교를 밝혀도 전혀 반영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인권위는 결정문에 “휴대전화는 단지 통신기기의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 간의 상호작용을 증대시키고 활성화해 사회적 관계를 생성·유지·발전시키는 도구이자 각종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생활필수품의 의미를 가진다”며 “시설 내 휴대전화 사용을 부정적 효과를 이유로 전면 금지하기보다 토론을 통해 규율을 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욕구와 행동을 통제·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적었다. 또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포함한 많은 아동·청소년들이 친구들과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친교활동을 하는데, 이것은 더 이상 새롭거나 특별한 문화가 아니라 이미 일상화된 문화”라며 “특히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이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못하여 친교활동을 하지 못하면, 또래 집단 내에서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이라는 편견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배제나 따돌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해당 시설 원장에게 원생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해 휴대전화 사용연령 등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진학 지도와 관련해서도 인권위는 고등학교 등 상급학교 진학 때 원생들의 희망 의사를 존중해 지도할 것을 권고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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