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카페 ‘강남·홍대 성별에 따른 차별수사 검경 규탄시위’는 26일 오후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수사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번주 토요일은 ‘검은 외침’이었다. 홍익대 미대 불법촬영과 스튜디오 촬영회의 노출사진 유출 사건으로 촉발된 불법촬영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가 이번주에는 검은 옷을 입고 이어졌다. 이들은 “몰카범 너를 정말 정말 싫어해”라고 노래를 부르며 “여성이 피해자인 불법촬영 사건도 빠르게 수사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 카페 ‘강남·홍대 성별에 따른 차별수사 검경 규탄시위’는 26일 오후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수사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지난주 ‘혜화역 집회’와 다른 운영진이 주최했다. 이들은 “시위에서 검찰과 경찰이 여성이 피해자인 불법촬영 사건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해달라고 촉구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 따로 집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광장에 모인 여성 500여명은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사법권의 수호를 받지 못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여성’의 이름으로 준비한 선언문에서 “검찰과 경찰은 성별에 따른 차별적 수사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이어 “남자들은 좋겠다, 화장실 갈 때도 아무 생각 없고, 몰카 보면서도 죄의식도 없고”라고 구호를 외치며 그동안 일상적으로 느껴왔던 불법촬영에 대한 불안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길을 가던 시민들은 불법촬영 관련 집회라는 사실을 알아챈 뒤 발걸음을 멈추고 이들 집회를 한참 쳐다보기도 했다.
이날 집회 현장에서는 불법촬영과 관련한 즉석 설문조사도 이뤄졌다. 집회에 참가한 상당수 여성들은 ‘화장실에서 불법촬영으로 의심되는 구멍을 발견한 적이 있다’는 답을 했다.
구호를 외친 뒤에는 “여성이 피해자인 불법촬영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이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촉구하는 연설문도 한 목소리도 읽었다. 이들은 “최근 수년간 불법촬영 범죄의 심각성이 꾸준히 대두됐지만, 홍익대 누드크로키 수업의 불법촬영 및 유포사건처럼 범죄의 내막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경찰의 빠른 수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며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21일 청와대 SNS 방송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제한된 공간에 20여명만 있었기 때문에 빨리 수사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가해자가 명확한 보복성 영상물 유포 범죄를 신고했을 때는 왜 이정도로 빠른 대처를 안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동일 범죄에 대해 동일 수사·동일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며 “노력하겠다는 말 말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느껴왔던 불안에 대해 소리 높여 외친 뒤에는 침묵시위가 이어졌다. “정제된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설명한 침묵 시위는 20분 동안 이어졌고, 집회 참가자들은 “또 찍어?”, “몰카 피해자에게 전화하면 ‘자살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구호를 외치고 침묵시위를 이어가던 이들은 불법촬영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카메라가 그려진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날 집회는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규칙이 많은 시위였다. 불법촬영과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사진과 영상이 보도되는 일을 막기 위해 취재진의 사진·영상 촬영도 제한됐고, 여성 인권을 외치는 집회가 남녀갈등으로 부각되는 것을 경계한다는 취지에서 인터뷰도 제한됐다. 지난 21일 일베 회원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염산테러를 예고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 상황이어서 ‘화장실에 갈 때는 집회 주최 쪽 스태프 등과 함께 3인 1조로 움직이라’는 규칙도 있었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한 남성이 집회 현장을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중계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흔들며 “또 찍어”라는 구호를 연달아 외치기도 했다. 안티페미협회 소속 회원 10여명도 집회 현장을 찾았으나 경찰이 접근을 막았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