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013년 12월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통상임금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에 앉아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법원은 최고의 법 해석 기관으로서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법에 따라 선언해야 한다. 그에 따른 경제적 우려를 최소화하는 것은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다. 대법원은 통상임금의 법 원칙을 바로 세우고, 정부는 대법원판결의 결론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동정책을 펼치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대법원이 앞으로 시행될 노동정책까지 고려하여 현행 법률의 해석을 거기에 맞추려 한다면, 이는 법 해석의 왜곡이다.”
반대의견을 낸 이인복·이상훈·김신 대법관들이 ‘”당혹감이 든다”며 이처럼 비판한 판결은 2013년 12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선고다. 대법원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면서도, 체불임금 요구는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 해석의 왜곡’이라는 내부 비판을 받은 선고 하루 뒤인 2013년 12월19일 정다주 당시 행정처 기획심의관(현 울산지법 부장판사)은 임종헌 기조실장의 지시로 ‘통상임금 판결 선고 후 각계 동향 파악’이라는 문건을 작성한다. 27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조사보고서에 실린 이 문건을 보면 청와대가 “판결 선고 결과에서도 대법원이 정부와 재계의 고민을 잘 헤아리고 이를 십분 고려하여 준 것으로 받아들임”이라고 적혀있었다.
특조단은 정 부장판사 등의 대면조사에 근거해 “임종헌 기조실장이 정다주 심의관에게 청와대 동향에 대해 설명해 준 것으로 보인다. 임 기조실장은 법무비서관을 통해 민정수석실에 판결의 취지를 설명하고 그 과정에서 민정수석실의 평가를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비록 사후적이긴 하지만 재판 결과에 대하여 청와대 측에 별도의 설명을 하고 그 평가를 알게 되는 과정도 재판의 공정성에 대하여 오해를 받기에 충분한 행위로서 부적절”하다고 특조단은 지적했다.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은 이후 상고법원 압박카드로 ‘사법부가 VIP와 BH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협조해 온 사례’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 추진 전략’ 문건에 등장하기도 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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