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 ㄱ씨는 종교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이다. 병역법 위반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ㄱ씨는 병무청에서 보낸 ‘병역의무기피자 인적사항 등 공개 사전통지서’를 받고 “고의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고 민간 대체복무를 할 뜻이 있고, 재판을 통해 1년6개월 형사처벌을 받게 되더라도 병역거부 의사를 유지할 것”이라는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병무청은 ㄱ씨의 소명서를 받고도 ㄱ씨의 이름, 나이, 주소, 병역법 위반 사항을 병무청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병무청의 조치가 인권침해라고 판단한 ㄱ씨는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ㄱ씨의 진정을 받아들여 “양심적 병역거부자 인적사항 공개는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31일 밝혔다. 이어 병무청장에게 “병역의무 기피자의 인적사항 등을 공개할 때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고 대체복무를 희망하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서는 공익과 기본권 침해 정도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해 그 인적사항 등을 공개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병역기피 예방’이라는 목적과 큰 상관이 없고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는 취지다.
병무청은 “ㄱ씨가 현역병 입영을 기피해 병역법에 따라 고발했고, 인적사항 공개도 법에 따라 공개한 것”이라고 입장이다. 하지만 인권위는 “병역기피자 인적사항 공개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인적사항 등의 공개는 그 자체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제도는 기피자의 인적사항 등을 일반 국민에게 공개해 병역기피를 사전에 방지하는 등의 목적으로 운영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이미 징역 1년6월의 형사처벌을 받아왔고, ㄱ씨도 그와 같은 처벌을 예상하고 있는데 이들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실익이 없는데도 ㄱ씨의 인적사항 등을 공개한 것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봤다.
병무청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인적사항 공개를 일률적으로 결정하는 점도 지적했다. 인권위는 “병역법 등은 병역거부자의 인적사항 공개 여부를 심의하게 했는데 이는 공개로 인해 당사자가 입을 권리의 침해가 그만큼 크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여 판단하라는 취지”라며 “병무청이 이와 같은 법취지를 무시하고 해당 규정을 사문화시켰다”고 덧붙였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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