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015년 5월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공무원연금 개악저지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국회의사당 100m 이내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규정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법 개정을 거쳐 국회 부근에서도 집회·시위를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31일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주장하는 집회·시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 등이 해당 집시법(제11조1호) 조항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이번 결정으로 국회는 2019년 12월31일까지 국회 부근에서 집회·시위가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하며, 고치지 않으면 2020년 1월1일부터 이들 조항이 효력을 잃는다. 집시법은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의 경계 지점에서 100m 이내에서는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징역 또는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집회는 특별한 상징적 의미 또는 집회와 특별한 연관성을 가지는 장소에서 벌어져야 다수의 의견표명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으므로, 집회 장소를 선택할 자유는 ‘집회의 자유’의 실질 중 하나”라며 “국회의 특수성과 중요성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집회 장소를 제한하는 것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어 “‘민의의 수렴’이라는 국회의 헌법적 기능을 고려할 때 집회·시위로 국회의 헌법적 기능이 침해될 가능성이 낮은 경우에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며 “위험 상황이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집회까지 예외 없이 일률적·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다만 “국회 부근 집회 금지에는 국회의 헌법적 기능을 보호한다는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어떤 형태의 집회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것인지는 입법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구체적인 허용·금지 기준을 국회가 마련하도록 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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