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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영덕 대게잡이 현장 동행기

등록 2005-12-04 16:39수정 2005-12-05 10:07

영덕군 축산면 일대 어민의 대게잡이 모습.
영덕군 축산면 일대 어민의 대게잡이 모습.
[기자가뛰어든대게잡이] “뉘들이 대게맛을 알아?”

[현장] 새벽 3시 대경호 타고 출항…200마리 대게 싣고 귀항하기까지

본격 ‘대게’의 철이다.

대게 원조마을이 있는 영덕군 축산면 일대 어민들의 대게잡이도 1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수산업법에는 영덕대게는 11월 1일부터 잡을 수 있지만 축산면을 중심으로 한 영덕군 일대 어민들은 대게가 더 자라도록 11월 한달 동안 조업을 자진 연기했다. 다시 시작된 영덕대게잡이는 내년 5월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 동안 수입산이 아닌 진짜 영덕대게 맛을 즐길 수 있다. 전국 맛사냥꾼들의 군침을 흘리게하는 영덕의 명물 ‘대게’ 잡이 뱃길에 <한겨레> 사회부 박영률 기자가 따라 나섰다.

영덕대게 잡이 배를 타다…하루종일 ‘바이킹’탄 뱃사람

2일 아침 새벽 3시. 아직도 바다는 캄캄한 어둠에 잠겨 있다. 출항준비를 마친 6.38t급 연안 대게잡이 목선 대경호는 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부두를 떠나 캄캄한 어둠을 가르며 망망대해로 나선다. 대게는 날씨가 따뜻하면 죽는데다, 바람이 어떻게 바뀔 지 몰라 가능한 한 이른 새벽에 출항을 한다.

대경호의 속도는 시속 13노트, 그리 거친 물살이 아닌 데도 배가 앞뒤 좌우로 흔들리면서 요동친다. 지난밤 늦게까지 잠을 설친 탓인지 벌써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불편하다. 뱃사람들은 하루종일 놀이기구 바이킹을 타는 거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배가 속력을 내니 이물(뱃머리) 쪽 상갑판으로 바닷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선원 김호대(46)씨가 조타실 뒤쪽으로 오라고 손짓한다. 조타실은 한 사람이 겨우 키를 잡을 공간밖에 없어 조타실 뒤쪽 갑판에 김씨와 함께 쪼그리고 앉았다. 등산복을 껴입었지만 그 틈새로 겨울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쳐왔다. 칼바람과 추위가 뼛속까지 파고들면서 머리가 멍해질 지경이다. 초겨울에도 이런데 본격적인 게철이 시작되는 한 겨울에는 작업을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바다로 나선 지 50여분쯤 지나자 부표의 위치가 위성항법장치(GPS)에 나타난다. 항구에서 20㎞ 거리다. 드디어 대게 어장에 도착한 것이다. 농민들이 밭에 고랑을 만들고 씨를 뿌리듯이 어민들은 그물을 엮어 바다 깊숙이 던져준다. 그물의 밑부분에 무거운 추를 달아 바닷속에 달고, 스트로폼 부표를 띄워 표시를 해둔다. 선장 김호국(48)씨는 “바다는 겉보기에는 평평해 보이지만 바닷 속 바닥은 육지처럼 산과 계곡이 있다”며 “이 지형을 잘파악해 어떤 지형에 그물을 내리느냐가 대게잡이의 관건”이라고 말한다.

김씨는 대게 원조마을이 있는 차유마을(경정2리) 부근의 경정3리 출신이다. 14살 때부터 대게잡이 배를 탔지만 뱃일이 너무 힘들어 군에서 제대한 1979년부터는 사우디에 노동자로 가려고 벽돌쌓기를 배웠다. 기술을 다 배우고 나니 중동 특수가 사라져, 사우디에는 못가고 국내 건설현장을 떠돌았다. 부산에서 건설 현장 반장으로 일하다 외환위기 이후 일거리가 줄어들어 1998년 귀향해 정착했다. 2002년 큰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목발을 짚고 갑판 위에서 이리저리 넘어지면서 뱃일을 했다고 한다. 요즘 영덕에는 김씨처럼 귀향하는 젊은 어민들이 늘고 있다.

벽돌쌓기 기술 배우니 ‘중동경기’ 끝
최근 영덕에 젊은 어민들 늘어나

대경호 김호국 선장이 수확한 대게를 들어보이고 있다.
대경호 김호국 선장이 수확한 대게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윽고 하연 부표가 시야에 들어왔다. 선원들은 갈고리로 부표를 건지고 유압양망기로 그물을 감아 올리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사람 힘으로 직접 그물을 건져올렸는데, 요즘은 기계덕에 한결 힘을 덜었다.

10분 가까이 계속 밧줄을 끌어올렸다. 드디어 밧줄 끝에 달린 그물이 올라왔다. 수심 200미터 아래에 있던 길이 1000미터짜리 그물이다. 그물 사이사이 대게들이 꿈틀거리며 끝없이 올라온다. 빨리 떼어내 바구니에 담아야 한다. 선원들이 달려들어 바쁘게 게를 떼어낸다. 게 따는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은 배의 시동을 끄기 때문에 ‘롤링’(좌우로 흔들리는 것) 현상이 훨씬 심해진다. 이렇게 흔들리는 와중에 살이 가득찬 게다리가 떨어지지 않게 그물에서 게를 따는 게 기술이다. 몸통 지름이 9cm 이하의 치어들은 다시 바다에 보내 준다. 예전에는 그물째 육지로 실어와 게를 땄지만, 요즘엔 치어를 육지로 실어오는 것은 불법이어서 바다 위에서 일일이 분류한다.

파도가 점점 심해지며 동행한 기자의 머리가 핑핑 돌아대고 속이 뒤집혔다. 슬며시 조타실로 들어가 한사람이 겨우 발 디디고 있을 공간에 쪼그리고 앉아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선장 김씨가 조타실로 와 “오늘은 기상이 안좋으니 그만 돌아가자”고 한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포항이나 강구항 쪽의 10t 이상의 근해로 나가는 큰 배들은 한번 출항해 4∼5일씩 바다에 머물지만, 축산항 쪽 4∼9t급 연안 대게잡이 배들은 대부분 당일 치기다. 보통 해질 무렵까지는 바다에 나가 있는데, 오늘은 귀항이 이른 편이다. 이날 수확한 대게는 2백여마리. 선원들은 부표와 그물을 다시 설치한 채 항구로 향한다.

어장을 떠나 다시 한시간 쯤 달리자 항구가 보인다. 기다리던 트럭에 대게를 옮겨 싣고 선장 김씨의 집으로 향했다. 김씨의 부인이 이날 갓잡은 싱싱한 대게를 어느새 삶아 쟁반에 가득 받쳐들고 나온다. 가위로 대게 다리를 잘라 한입 베어문다. 이날 오전의 피로가 한순간 사라지며 이 소리가 절로 나온다. “너희가 대게 맛을 알아.”

수면 아래 200미터 깊이 1000미터 짜리 그물…‘200마리 수확’

대게철을 맞아 지난 주말부터 영덕 강구항과 축산항은 대게를 맛보기 위한 미식가들로 붐빈다. 12월 중순부터는 살이 꽉찬 대게가 본격 출하된다.

강구항에 60척, 축산항에 85척 정도의 대게잡이 배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강구항 배들은 멀리까지 나가는 근해 어선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축산항 배들은 연안 대게잡이 배들이 대부분이다. 대게 식당들은 강구항에 200여곳, 축산항에 여남은 곳이 있다.

영덕대게는 영덕군 강구면과 축산면 사이의 연안 앞바다 수심 200m∼800m 모래뻘에서 주로 서식한다. 고려 태조 때부터 임금께 진상됐으며, 다리 모양이 대나무를 닮아 대게라 이름 붙였다.

대게는 살이 꽉찬 박달게를 최고로 친다. 살이 60%를 밑도는 게는 물게라 부른다. 요즘에는 영덕군청과 수협에서 영덕 연근해에서 잡은 모든 대게에 잡은 곳과 배이름 등을 쓴 이름표를 달도록 해 소비자들이 수입산과 구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시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 식당에서는 최상품 박달대게 1kg 1마리에 10만~15만원, 보통 영덕대게는 4만~6만원선이다.

김 선장의 대경수산(054-733-8285)처럼 선주가 직접 잡는 식당을 찾으면 이보다 훨씬 싼 가격에 살 수 있고 9cm짜리 보통 물게는 1마리에 8천∼9천원선에 맛볼수 있다.

또 영덕 군청 해양수산과(054-730-6291)로 연락하면 생산자 어민들과 직접 연결해 전국으로 택배가 가능하다.

대구/<한겨레> 사회부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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