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성 경철 수사 청탁
’법조브로커’ 윤씨에 5천만원 건넨 ‘수사청탁자’
6개월전 경찰이 뇌물받고 구속시킨 전력 드러나
법조·건설 브로커 윤아무개(53·구속)씨에게 5천만원을 건네며 특정인을 경찰이 수사하도록 해달라고 부탁한 사람은 앞서 상대방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던 경찰에 구속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로 상대방을 구속시키려는 이해다툼에 경찰이 돈을 받고 박자를 맞춘 셈이다. 보복 청탁?=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김경수)는 4월 “부동산임대업자인 김아무개씨를 폭행 등 혐의로 경찰이 수사하도록 해달라”고 윤씨에게 청탁한 박아무개씨가 지난해 10월 김씨로부터 뇌물을 받았던 경찰에 구속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4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서 ㅅ경찰서 조사계에 근무하던 이아무개 경위를 만나 “당신이 맡고 있는 박아무개씨 사건과 관련해 내 친척 ㅎ씨가 박씨로 인해 큰 손해를 봤으니 사건 처리에 신경을 써 달라”며 500만원짜리 수표를 건네는 등 올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600만원을 건넸다. 박씨는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 쪽과 합의해 풀려난 박씨는 4월 윤씨에게 김씨에 대한 수사를 청탁했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박씨의 진정이 접수된 20여일 뒤 김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지난해 경찰관에게 돈을 건넨 사실을 박씨가 알고 윤씨에게 경찰 수사를 부탁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경위가 김씨로부터 600만원을 받은 사실은 대전지검이 2002년 1월부터 최아무개씨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그를 조사하며 여죄를 캐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경위는 모두 12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7월 구속기소됐고, 대전지법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군 장성들 등장=검찰은 윤씨가 사용해 오던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을 최근 압수수색해, 군 장성과 부대 이름이 쓰인 감사패 7~8개, 군 장성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윤씨는 1990년대 초반 축산업자들에게 “군 납품업체로 선정되도록 힘써주겠다”며 군 관계자들에게 17차례에 걸쳐 4200만원 상당의 돼지고기와 향응을 제공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감사패 등이 군납 및 향응 제공과 관련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96년 윤씨에 대한 검찰 수사 때도 군 장성 등으로부터 받은 감사패 수십개가 나왔다.
검찰은 또 윤씨가 차명계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이름을 빌려준 이들을 불러 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윤씨가 강원랜드에서 쓴 수표 83억원 가운데 상당액이 강원랜드 주변의 환전상들에게서 환전된 사실을 확인하고, 환전상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윤씨가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 환전상에서 환전한 것은 자금을 세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윤씨가 환전상에서 바꾼 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