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불꽃페미액션이 2일 오후 1시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코리아 본사 앞에서 상의를 탈의하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경찰이 상의를 벗은 채 진행된 여성단체의 시위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일 페이스북코리아 앞에서 열린 여성들의 시위가 모두 공연음란죄와 경범죄처벌법(과다노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최종 법리 검토가 남아있지만 처벌하지 않는 쪽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2일 시위는) 의사를 표현하는 퍼포먼스였으므로,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하거나 성적흥분을 유발하는 행위가 아니었다고 본다”며 “(현장에서 경찰에 의해) 행위가 즉시 가려진 점 등을 봤을 때 타인에게 불쾌감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판단은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한 것이다. 대법원은 형법 제245조에 명시된 공연음란죄는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경범죄의 과다노출 역시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로 해석해왔다. 경찰은 이번 여성단체의 시위가 이런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앞서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 10명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경찰의 만류에도 상의를 벗고 시위를 했다. 이 단체 회원들은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에 “남성 중심적 시선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로 상의 탈의 사진을 올렸는데, 페이스북이 이를 음란물로 분류해 삭제한 게 계기가 됐다. 시위를 통해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화 하지 말라”고 항의받은 페이스북은 지난 3일 이 단체의 상의 탈의 사진을 복구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