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 노동조합원 10여명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수입차 전시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임금협상 체결’을 주장하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28도까지 오른 지난 4일, 검은색 수트를 차려입은 남성 10여명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수입차 전시장 앞에 모였다. 독일 스포츠카 포르쉐를 수입·판매하는 업체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의 정규직 판매사원들이다. 이들은 ‘임금협상 체결’이라 적힌 검은 어깨띠를 두른 뒤 “일한 만큼 받고 싶다”며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김창규(37)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 노조위원장은 이날 집회에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본급 130만원을 18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게 우리의 요구”라며 “2015년부터 임금협상에 나섰지만 한 차례도 성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파는 포르쉐의 대당 가격은 1억원을 넘나든다.
이 업체 판매사원들은 기본급 130만원에, 보통 판매한 차량 가격의 1%를 판매 수수료로 받는다. 1억원짜리 차를 팔면 판매사원한테 100만원의 인센티브가 돌아온다. 얼핏 고액의 수수료를 받는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한 달에 많아야 두 대 정도 파는데, 워낙 고가 차량이어서 선팅,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등을 서비스로 제공해야 한다”며 “이 비용을 판매사원이 부담하는데, 여기에서 수수료의 절반 이상이 날아간다”고 설명했다.
노동조합에 적대적인 업체와의 갈등도 집단 행동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이들은 2014년 수입차 업계 최초로 판매노동자 노조를 결성했다. 하지만 회사 쪽은 노조 설립 이듬해인 2015년 6월 김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을 해고했다. 당시 회사는 “회사 윤리규정에 따른 정당한 징계다. 노조 설립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으나 조합원들은 해고에 반발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또 서울지방노동청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내 복직 판정을 받아냈다.
이에 대해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 관계자는 “노조가 회사의 재무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기본급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전 직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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