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등에게 폭언을 퍼붓고 손찌검한 의혹이 제기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들어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내 이명희(69)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출입국 당국에 소환됐다. 앞선 두차례 경찰 조사에 이어 이 전 이사장이 포토라인에 선 것은 세번째다.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11일 오전 10시 이 전 이사장을 서울 양천구 청사로 소환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이 전 이사장은 필리핀인 10여명을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 9시55분께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모습을 드러낸 이 전 이사장은 혐의를 인정하는지 묻는 질문에 “성실히 수사받고 조사받겠다”고 답했다. ‘불법 고용을 비서실에 직접 지시했나’, ‘가사도우미 출국을 지시하거나 입막음을 시도한 적은 있는가’ 등의 질문에는 “안 했다”, “없다”고 짧게 답했다. 연이은 질문에 이 전 이사장은 “죄송하다”고 답하고 조사실로 향했다.
이 전 이사장은 필리핀인 10여명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꾸며 입국시킨 뒤 자택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하고 임금을 회삿돈으로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는 외국인은 재외동포(F-4)나 결혼이민(F-6) 등의 신분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이 전 이사장의 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지난달 24일 같은 혐의로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출석해 9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조 전 부사장은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고용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고용 과정에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입국 당국은 이 전 이사장이 불법적인 가사도우미 고용에 어느 정도로 관여됐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이 전 이사장에 대해 상습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지난 4일 “혐의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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