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커피전문점에서 차갑거나 뜨거운 음료에 컵홀더 대신 종이컵을 하나 더 끼워주는 게 유행하면서 자원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쓰는 플라스틱 일회용 컵에 컵홀더(보온 등을 위해 컵을 싸는 종이) 대신 종이컵을 하나 더 끼워주는 판매 방식이 유행하면서 일회용품 줄이기 등 환경보호 노력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직장인 장수인(28)씨는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컵홀더 대용으로 종이컵을 한겹 더 끼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건네받았다. 장씨는 “처음엔 ‘요새 유행하는 건가’ 싶어 신기하기도 했는데 자원 낭비라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직장인 김수진(29)씨도 “평소에도 컵홀더를 웬만하면 쓰지 않는다. 가끔 카페에서 플라스틱 컵에 또 종이컵을 끼워줘 환경 오염이 걱정됐다”고 했다.
커피용품 도매업체들은 올해 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홀더 대신 종이컵’, ‘요즘 핫한 종이컵 컵홀더’ 등 문구를 쓰며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종이컵에 캐릭터 그림 등을 그려 소비자의 시선을 잡아끌기도 한다. 한 커피용품 업체 관계자는 “(컵홀더를 주문하지 않고) 대용으로 종이컵을 주문하는 업주들이 많다”며 “최근 1년 사이에 그런 업주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가들의 눈에 이런 유행은 걱정스러운 현상일 수밖에 없다. 김미화 자원순환연대 사무총장은 “테이크아웃이 늘고 뜨거운 음료와 차가운 음료 모두에 종이컵을 컵홀더처럼 덧씌우면서 일회용품 사용량이 늘고 있다”며 “소비자들부터 ‘이게 꼭 필요한지’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도 “종이컵은 코팅이 돼 있어 썩는 데 수십 년이 걸린다. 이런 낭비를 제지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뚜렷한 수단이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종이컵을 컵홀더 대용으로 사용하는 걸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 필요 없는 일회용품을 추가로 소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을 자제하도록 집중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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