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경영퇴진을 요구하는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16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조양호 등 총수일가 퇴진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체감온도가 약 30도에 다다랐던 16일 오후,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10여명의 대한항공 직원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이게 회사냐?’, ‘노비가 아닌, 개돼지가 아닌, 사람이고 싶습니다’ 등의 팻말을 들고 있었다. 지나가는 시민들을 향해 ‘함께해요’라 쓰인 하늘색 리본 스티커와 포스트잇을 나눠준 직원들은 “대한항공 총수일가 퇴진에 서명으로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조양호 회장 일가의 경영퇴진을 요구하는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이날 ‘조양호 등 총수일가 퇴진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 1일부터 홍대입구 등 서울 곳곳에서 ‘게릴라 홍보전’을 열고 총수일가의 갑질 실상을 알리고 있다. 직원연대는 이날 많은 시민의 서명을 받고자 광화문에 모였다. 직원연대는 “조씨 일가의 범죄행위는 손꼽을 수 없을 지경”이라며 “대한항공 사주일가의 갑질 행위에 대한 준엄한 사법처리를 촉구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시작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마이크를 들고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던 박창진 대한항공 직원연대 공동대표는 “시민들의 서명을 모아 법원에 (총수일가의 처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로 제출할 예정”이라며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할 홈페이지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홍보전에 참여한 대한항공 직원들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와 조양호 회장의 아내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구속영장 기각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유니폼을 입고 참석한 기장 ㄱ씨는 “‘땅콩 회항’ 사건 때부터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명희가 더하다’는 말이 돌 정도였고, 동영상과 운전기사의 증언이 나왔음에도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힘이 빠졌다”며 “총수일가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므로 앞으로도 계속 홍보전에 참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면을 쓴 채 검은색 천으로 뒷머리까지 가린 승무원 ㄴ씨는 “얼굴을 가린 것보다 (조 전 전무와 이 이사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점이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여름이 끝나기 전에 사태가 해결되길 바랐는데 아쉽다”고 했다.
광장을 지나던 시민들은 서명용지에 이름을 적고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이름을 쓰고 박창진 공동대표와 기념사진도 찍은 강나리(27)씨는 “오늘 직원연대의 홍보전이 광화문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약속장소에 가는 김에 들렀다”며 “땅콩 회항 사건 때도 그렇고 (시민들의 분노가) 들끓었다가 다시 잠잠해지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김은채(16)양은 “사람 사이에 계급 같은 게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서명운동에 동참한 이유를 밝혔다. 허은경(16)양도 “자라나는 학생들이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직원연대는 게릴라 홍보전뿐 아니라 5차 촛불집회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공동대표는 “5차 집회는 청년유니온 등 일부 시민단체와 연대해서 대규모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대한항공 문제는 청년들의 미래와 관련이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홍보전을 벌인 뒤 총수일가 퇴진을 위한 집회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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