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53) 경찰청 차장이 오는 30일 임기가 끝나는 이철성(60) 경찰청장의 후임 경찰청장에 임명됐다. 민 내정자가 경찰 내에서 수사권 조정 전문가이자 ‘기획통’으로 꼽혀온 만큼, 검·경 수사권 조정과 권력기관 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 내정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를 주도해온 ‘기획통’으로 꼽힌다. 전남 영암 출신으로 경찰대(4기)를 졸업한 민 내정자는 2005년 경찰청 수사권조정팀 전문연구관(경정), 2009년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총경)을 거쳐 2017년에는 기획조정관(치안감)을 지냈다. 10여년 전부터 경찰 내부에서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이론가 역할을 맡아온 이력이다. 민 내정자는 지난해 12월 경찰청 차장에 임명된 이후로는 경찰개혁과 수사권 조정 방안을 두고 국회와의 창구 역할도 맡아 왔다. 수사권 조정 이슈의 역사와 맥락을 이해하는 전문가가 경찰 조직의 수장으로 임명된 셈이다.
이에 경찰 안팎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작업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민 내정자를 임명했다는 예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 내정자의 임명소식이 알려진 15일 문무일 검찰총장, 이철성 경찰청장 등과 함께 한 오찬 자리에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에 속도를 내줄 것과 자치 경찰제 추진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같은 날 임명소식을 전하며 “민 후보자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찰개혁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경찰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밝힌 바 있다.
민 내정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이라는 19세기 영국 정치인 로버트 필의 ‘경찰 원칙’ 중 일부를 인용하며 “이 정신에 기초해 정의로운 사회 만드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평소 ‘경찰은 제복 입은 시민’이라는 생각으로 경찰 생활을 해왔다”며 “경찰과 시민이 서로 존중하고, 생각의 차이가 없는 공동체 속에서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경찰의 신성한 소명”이라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 등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에서 말씀 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경찰청은 관련 서류를 준비한 뒤 이르면 내주 초께 민 내정자의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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