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검찰, “9억3900만원 배상” 판결에 상고 안 해
강씨쪽 “검사·국과수 책임 안물었다” 상고 의사
강기훈씨. <한겨레> 자료사진
국가 상대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부가 ‘유서대필 조작사건’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강기훈씨에게 9억원대 국가배상금을 줘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반면 강씨 쪽은 수사검사의 위법행위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며 상고할 방침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강씨와 그 가족에게 9억3900만원을 배상하라는 항소심 판결에 대해 ‘과거사 국가배상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지난 15일 상고를 포기했다고 18일 밝혔다. 패스트트랙 제도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 등에 대한 국가배상소송에서 무리한 상소를 자제하고, 화해·조정을 적극 활용하는 취지로 지난 1월 도입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7월, 6억8000만원의 국가배상을 인정한 1심 판결 때도 항소하지 않았다.
강씨는 1991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기설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의 자살을 방조하고 유서를 대신 작성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했다. 그는 2015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강씨는 잘못된 필적감정과 수사기관의 위법행위로 유죄를 선고받아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와 당시 수사검사였던 강신욱(전 대법관)·신상규(전 검사장)씨, 유서 필적감정을 맡았던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문서감정실장 김형영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민사4부(재판장 홍승면)는 지난달 31일 국가배상금을 1심보다 2억5900만원 높여 인정하면서도,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검사와 필적감정인의 책임을 부인한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